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듯하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진상을 묻는 언론에 대해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으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당연히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 측이나 관련 인사들에게서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정부의 기권 결정 이후 이를 북에 추후 통보한 것이라는 주장뿐이다. 그러니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조차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밝혀 의문을 풀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설 정도다.
회고록에서 밝혀진 내용은 그 자체로 폭발성을 안고 있다. 유엔 인권결의 같은 국가의 주요 결정을 하면서 그 결정을 결의 대상인 북측에 통보하는 자체만으로도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다. 하물며 사전 협의까지 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색깔론’으로 치부하고 끝날 사안일 수 없다. 당시 남북관계가 좋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에 정부 결정을 미리 알렸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용인될 수 없는 문제다.
문 전 대표와 당시 정부 결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당시 정부 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야권 전체도 이번 사안을 ‘색깔론’ ‘종복몰이’ 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도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과의 ‘잘못된 관계’에 대한 비판을 여소야대의 수적 우세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또 다른 의미의 ‘색깔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