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에 물어보고 기권' 비판을 색깔론이라 할 수 없다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우리 정부가 기권하면서 김정일 정권에 사전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즉각 ‘북한과의 내통’이라는 논평이 나오고 심지어 사드 배치까지 북한에 물어보고 반대하는 것이냐는 비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관련 인사들이 상당수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새누리당을 향해 ‘색깔론’과 ‘종북몰이’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듯하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진상을 묻는 언론에 대해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으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당연히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 측이나 관련 인사들에게서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정부의 기권 결정 이후 이를 북에 추후 통보한 것이라는 주장뿐이다. 그러니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조차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밝혀 의문을 풀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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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서 밝혀진 내용은 그 자체로 폭발성을 안고 있다. 유엔 인권결의 같은 국가의 주요 결정을 하면서 그 결정을 결의 대상인 북측에 통보하는 자체만으로도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다. 하물며 사전 협의까지 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색깔론’으로 치부하고 끝날 사안일 수 없다. 당시 남북관계가 좋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에 정부 결정을 미리 알렸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용인될 수 없는 문제다.

문 전 대표와 당시 정부 결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당시 정부 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야권 전체도 이번 사안을 ‘색깔론’ ‘종복몰이’ 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도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과의 ‘잘못된 관계’에 대한 비판을 여소야대의 수적 우세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또 다른 의미의 ‘색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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