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골프 명승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올해도 팬들을 찾아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인천 서구의 드림파크CC 파크코스(파72·6,716야드)에서 총상금 5억원(우승 1억원)을 걸고 열린다. 지난 2007년 창설된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인천에서 열리기는 9회째인 올해가 처음이다. 인천은 지난해 미국과 세계연합팀의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이어 굵직한 골프 이벤트를 잇따라 개최하게 됐다.
특히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대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드림파크CC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여고생 박결(20·NH투자증권)은 지금은 KLPGA 투어 인기선수로 성장했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아시안게임 코스인 드림코스가 아닌, 좀 더 변별력이 강한 파크코스에서 열려 전통 강자들과 신흥 강자들의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명품 골프클럽’으로 유명한 혼마골프가 공동 주최사로 함께해 대회의 품격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상금왕을 확정하고 김혜윤(27·비씨카드)이 3년 만에 통산 5승째를 거머쥐었다. 전인지는 지난해 생애 첫 상금왕의 기세를 몰아 지난달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메이저대회 역대 최소타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에 열리는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그동안 타이틀 경쟁의 종착역이거나 마지막 분수령으로 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이번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마치면 2016 KLPGA 투어는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포함해 3개 대회만 남기게 된다. 최대 관심은 고진영(21·넵스)의 막판 스퍼트다. 상금 2위(약 9억8,800만원)에 올라 있는 고진영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로 1위 박성현(23·넵스)과의 격차를 약 2억7,000만원으로 좁혔다. 8월부터 7개 대회에서 다섯 차례 톱10에 오르는 동안 최악의 성적은 16위였다. 이번주 박성현과의 격차를 더 줄이고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 역전 상금왕 신화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직전 대회인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시즌 3승째를 올린 고진영은 평균타수에서도 2위로 1위 박성현을 추격하고 있다. 대상(MVP) 포인트에서는 박성현에 앞선 1위다.
최근 상승세로 치면 고진영 동기생인 김민선(21·CJ오쇼핑)도 만만치 않다. 시즌 첫 승(지난 2일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은 다소 늦었지만 이후 지난주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LPGA 무대 경쟁력도 확인했다. 김민선은 올 시즌 255야드로 드라이버 샷 거리 2위에 올라 있는 국내 대표 장타자다. KEB하나은행 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오른 상금 3위 배선우(22·삼천리)도 우승 후보로 꼽히며 ‘쇼트게임의 달인’이자 디펜딩 챔피언 김혜윤과 올 시즌 라운드당 퍼트 수 1위(29.37개) 조정민(22·문영그룹)의 핀포인트 컨트롤 승부도 관전 포인트다.
역대로 신지애(28), 김하늘(28·하이트진로), 이정민(24·비씨카드), 허윤경(26·SBI저축은행) 등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을 발판삼아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으로 올라섰다. 신지애는 2007년 1회 대회에서 4타 차 열세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시즌 2승을 올린 뒤 그해 시즌 9승을 쓸어담았다. 한 시즌 9승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2008·2011년 멀티 우승자 김하늘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배출한 최고 스타이며 이정민은 2년5개월간 이어진 우승 가뭄을 2012년 이 대회 우승으로 씻었다. 2014년 허윤경은 28개 홀 연속 파를 적은 김효주(21·롯데)와의 연장 승부 끝에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역대 8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3차례가 연장 승부였고 우승자와 2위의 최다 타수 차가 2타일 정도로 매년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안갯속 드라마가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