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롯데 수사 마무리] 비자금·정관계 로비의혹 손도 못대...용두사미로 끝난 롯데수사

[檢, 롯데家 3부자 불구속 기소]

계열사 비자금 규명 등 경영비리 정조준 했지만

총수 일가 세금포탈·횡령배임 혐의 밝힌데 그쳐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핵심혐의 입증도 미지수



롯데가(家) 3부자를 법정에 세우는 선에서 마무리된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횡령·배임 혐의를 밝히고도 정작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61) 회장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구속수사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롯데그룹 정책본부 간부와 계열회사 대표들마저 구속 기소하는 데 실패하면서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기업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애초 수사 과정에서 거론된 거액의 비자금 조성이나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등 각종 의혹은 거의 손도 대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가 결국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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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을 각각 횡령·배임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24명을 법정에 세우는 선에서 4개월간 이어온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들 가운데 구속 기소된 것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6명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재벌 총수 수난사’에 또 하나의 불명예 사례가 추가됐다. 롯데그룹 수사로 검찰은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LG를 제외하고 모든 곳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이 지난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재판에 넘기고도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좌절되면서 비자금 조성 등 추가 혐의를 밝히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6일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신동빈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을 제외하고는 현직 대표들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줄줄이 기각된데다 롯데그룹 2인자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비자금 수사의 연결고리마저 잃었다. 여기에 비자금 조성과 함께 최대 관심사로 꼽히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마저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롯데그룹 경영비리를 정조준한 검찰 수사가 ‘속 빈 강정’으로 끝났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비자금 조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공들인 분야로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자산개발·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회사의 부외자금 존재를 파헤쳤지만 실체는 물론 총수 일가나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의 연결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도 이명박 정부 유력 인사들의 비리 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정착 시행사인 롯데물산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증여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증여세를 탈세한 정황을 포착하고 형제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밝혀낸 게 성과로 꼽히고 있으나 법정에서 제대로 입증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찰과 롯데 측이 그동안 횡령·배임 등 핵심 혐의를 두고 팽팽히 맞선 만큼 앞으로 법정에서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조재빈 부장검사에게 직접 공소유지를 맡기고 중견급 검사 3명까지 함께 투입한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2004년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장(부회장)을 맡은 후 줄곧 경영 핵심부에 있었고 신격호 총괄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후계자 지위였던 만큼 비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 측 변호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횡령·배임 혐의가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한 사안으로 신동빈 회장이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아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로 반박할 방침이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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