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관객이) 45만 명을 꼭 넘었으면 좋겠어요.”
20일 개봉을 앞둔 저예산 영화 ‘걷기왕’의 심은경(22·사진)은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물음에 “흥행 성패에 대해서 늘 많이 생각하는 편은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이같이 답했다. ‘써니’, ‘수상한 그녀’,‘부산행’ 등의 대박을 이끌면서 충무로 ‘흥행퀸’으로 떠오른 배우 심은경 답지 않은 겸손한 반응이었다.
사실 심은경은 ‘걷기왕’의 크라우드 펀딩 과정에서 ‘흥행퀸’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제작비 1억원을 크라우드펀딩 중 최단 시간인 2시간 만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한 것. 그래도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45만 명이며, 관객이 100만명을 넘기면 예상 수익률은 64.2%이지만 관객 10만 명 이하일 때는 원금의 80%를 잃게 된다는 까다로운 펀딩의 조건이 심은경으로 하여금 “45만명은 넘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게한 듯하다.
영화 ‘걷기왕’은 ‘사토리 세대(자동차, 사치품, 해외여행에 등에 관심이 없고 돈과 출세에도 욕심이 없는 일본 청년들을 뜻하는 신조어로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를 위한 응원가와도 같은 작품이다.
심은경은 ‘걷기왕’에서 선천성 멀미증후군으로 인해 자동차는 물론 배, 비행기 등 모든 종류의 탈것을 타지 못하는 열일곱 살 고교생 이만복을 연기했다. 스크린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예쁜 그가 만복이처럼 ‘바보 냄새’가 나는 캐릭터를 맡은 이유에 대해 묻자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만복이가 경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누워서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이었다”고 답변했다. 그가 마음을 빼앗겼다는 이 장면은 하이라이트이자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차를 타지 못해 모든 이동을 걸어서 하는 만복이의 걸음걸이가 지나치리만큼 엉성해 보인다. 아무리 무기력 소녀라지만 걸을 때만이라도 잰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하자 심은경은 “요즘 십 대들의 자세가 좋지 않은 것을 반영했다”며 “캐릭터에 맞춰서 몸을 구부정하게 하고 팔자걸음으로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승화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을 전공해서 시나리오 봤을 때도 만화적 색채가 느껴졌다”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되 만화적 느낌이 나도록 만복이의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영화에는 만복이가 귀 뒤에 붙이는 멀미약을 너무 많이 붙여서 환각상태가 돼 헛것이 보이는 장면에서 CG 공룡을 등장시키는 등 만화적 장치들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만들어 낸다. 이런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준 심은경은 “망가지는 내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망가지는 역할을 고수하겠다는 고집도 없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사진=연합뉴스·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