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꽉막힌 학칙 운영에...대학생 '창업휴학제' 외면

창업 활성화 위해 도입했지만

전공과 관련있는 창업만 허용

대표이사만 휴학 가능 규정도

학교당 학생 1~2명 신청 불과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지적



대학들이 창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서 창업휴학제를 도입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원인도 있지만 대학들의 경직된 학칙 운영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창업 친화적인 학사제도 개편을 위해 도입한 창업휴학제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휴학제는 대학생이 창업하면 대학에서 허용한 평균 3년의 휴학기간 외에 추가로 휴학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정부의 창업 드라이브와 함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요소로 반영되면서 지난 3년 사이에 전국의 약 160개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창업진흥원에서 받은 2016년 창업휴학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창업휴학제를 한 명 이상이라도 신청한 학생이 있는 학교는 약 56개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절반 수준인 16개 학교에서만 창업휴학제를 이용 중이다.


창업휴학제를 신청한 전체 학생 수 역시 지난 2015년은 278명, 2016년은 현재 131명으로 지난해보다 늘기는커녕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의 대학교에서 학교당 1~2명만 창업휴학제를 통해 창업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대학가에서 창업 바람이 좀처럼 확산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안전망 부재로 인한 두려움, 안정적인 취업을 선호하는 20대 성향 등의 요인이 가장 크지만 대학의 경직된 학칙 운영도 창업 의지를 꺾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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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창업자들은 전공과 인접한 산업 내 창업만 허용, 과도한 업종제한 등과 같은 학내 휴학지침이 창업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자판기 사업을 하는 한 창업자는 “음식점업으로 법인을 등록한 뒤 이를 본점으로 삼고 실제로는 샐러드자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음식 업종은 창업휴학제 혜택 제외 업종이라 휴학신청이 거부당했다”며 “창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한데 학과 전공이랑 관련 있는 분야만 허용해주는 것도 비즈니스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에서는 서울권 대학 중 유일하게 창업휴학제를 2학기만 허용하고 창업휴학제 대상 역시 대표이사만 허용해 등기이사 등 공동 창업자는 이용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휴학제를 도입한 서울 지역 대학 중 서울대를 제외한 22개교는 모두 최대 4∼6학기 휴학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창업 관련 수업 이수도 필수라 관련 규정이 생기기 전에 창업을 시작한 학생들은 혜택을 받기 어려워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며 애로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창업자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 스타트업 특성상 강남에 사무실을 차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한두 과목 수강을 위해 등록금을 내고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다”며 “대부분 스타트업은 공동 창업으로 시작하는데 이들이 등재이사 등으로 등록됐음에도 단순히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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