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의 성수기라면 설연휴와 추석연휴, 그리고 방학과 휴가 기간인 12월 ~ 1월, 7월~8월을 꼽는다. 영화 제작자들은 당연히 이 성수기를 겨냥해 연간 흥행전략을 짜기 마련이다. 영화계에 ‘성수기라야 대박이 가능하다’는 통념이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대박=성수기 개봉’라는 흥행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가 요즘 극장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 ‘곡성’ 등이 비수기에 대박(1,000만 관객) 혹은 중박(500만 관객) 이상의 성적을 잇달아 거두면서 생겨난 변화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역대 박스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비수기에 개봉해 성공한 한국 영화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1월 말 개봉해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검은 사제들’(540만 이상)과 ‘내부자들’(700만 이상), 올해 5월에 개봉한 ‘곡성(670만 이상)’ 등도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에 일각에선 ‘대박=성수기 개봉’ 공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형 영화제작사 관계사는 “500만 넘은 흥행작들의 경우 과거에는 7~8월과 12월에 집중돼 있었는데, 최근 들어 비수기에도 골고루 나타나는 등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기의 흥행대박은 영화시장 규모의 팽창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누적관객수 2억명을 기록하는 등 한국 영화 시장 자체가 커졌고, 아울러 한국 영화가 외화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고 있는 점 등이 비수기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인터스텔라’와,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할리우드 마블 영화의 경우는 모두 비수기에 개봉해 흥행을 거둔 작품들이다. 개봉 시기와 상관없이 작품성과 오락성을 가진 작품들이라면 관객들이 언제든 찾아본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관객들이 몰리는 성수기에 영화를 내놓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았지만, 수많은 작품들이 경쟁하는 요즘은 오히려 대작들이 몰리지 않는 비수기에 영화를 내놓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수기 대박 현상은 예외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여전히 배급사가 1년 라인업을 짤 때 7~8월과 12월을 중심으로 짜고 실제 개봉도 그 시기에 많이 하고 있다”며 “좀 더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