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적 시장경제와 협치를 기반으로 한 연정(聯政)은 시대정신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이 두 가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경기도의 도정 모델을 그대로 국가운용에 이식해 지속 가능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여야 연정을 바탕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남경필(사진)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오후 여의도의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처럼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단 한마디”라며 이같이 약속했다.
한때 새누리당의 대표적 소장파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5선 의원과 광역단체장을 거치며 어느덧 여권의 잠룡(潛龍)으로 부상했다.
남경필 지사의 자신감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가 국내 인구의 4분의1이 집중된 경기도에서 성공한 도정 경험을 토대로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경필 지사는 “국가로 치면 총리에 해당하는 경기도 부지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맡고 있고 일종의 장관과 같은 개념인 연정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2명, 더민주 2명으로 선정했다”며 “경기도처럼 국가를 운영하면 국민이 반대하는 개헌도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여야가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협치 모델이 안착하면 개헌 없이도 자연스럽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정의 중심에 서지 않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중간에서 소통을 가로막고 왈가왈부하니 미르 같은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라며 “청와대를 대폭 축소해 장관 중심의 국정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지사는 공유경제 모델 역시 도정을 통해 확립한 자랑스러운 성과로 소개했다. 그는 “전통적 자유시장경제에 공유라는 개념이 들어가야 권력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시장경제도 지속 가능하다”며 “경기도에서는 이미 이 같은 공유경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실천 사례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와 함께 ‘경기도주식회사’를 들었다. 그는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마케팅 능력 등이 부족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주식회사 설립을 추진 중으로 관련 조례는 이미 의회를 통과한 상태”라며 “대형마트의 PB상품처럼 경기도가 상품 개발·제조·마케팅·판매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남경필 지사는 최근 ‘송민순 회고록’ 파동으로 코너에 몰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는 “순수한 품성을 가진 ‘인간 문재인’은 굉장히 좋아한다”면서도 “이번에 드러난 모습을 보면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기억이 안 나면 함께 관련된 사람들을 모아서 진상을 먼저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라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자꾸 뒤로 숨기만 하고 있다. 전면에 나서 의혹을 해명하는 게 맞다”고 공격했다.
그는 야권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에게 ‘정말 쇼(show)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세수 효과는 별로 없이 사회적 비용만 큰 어젠다로 야권이 지지층 굳히기용으로 제시하는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한국 등의 방위비 부담 증액 주장이 나왔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며 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때가 좀 이르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안보를 위한 증세라면 부가세 인상 등도 국민들께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멋지게 겨뤄보고 싶다”고 당당하게 밝힌 뒤 “그러나 꽃가마를 타고 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윤석·권경원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