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해진 내년 네이버 의장직 사임] "북미·유럽서 제2 라인신화" 승부수

페북, 위챗 등 대항 새판짜기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이미 해외서 성공 가능성 입증

美 등 웹툰 사업도 잭팟 기대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

네이버 "국내서도 역할할 것"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사진제공=네이버한성숙 네이버 부사장/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 창업자 겸 최대주주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의장직 내려놓기’라는 강수를 둔 것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제2의 라인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메신저인 미국의 페이스북·왓츠앱과 중국 위챗 등에 대항해 새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진경준 파문’의 유탄을 맞은 김상헌 대표와 동반 퇴진한 뒤 국내 사업은 대형 인터넷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 그것도 40대인 한성숙 부사장을 내정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측은 “이 의장이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 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의장은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보다 일본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 9월 네이버와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는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유럽 라인 진출과 현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총 1억유로(약 1,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당시 이 의장은 “단순투자가 아닌 전략적 고민이 담긴 것”이라며 “네이버의 다음 목표는 유럽과 북미 진출”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등에 대항하기가 만만찮아 이 의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의 월 사용자가 10억명, 페이스북 메신저가 9억명이나 되고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QQ모바일과 위챗은 각각 8억5300만명, 7억명에 달한다.


물론 라인의 저력도 만만찮다.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태국·대만·인도네시아에서 1위를 기록하며 국민 메신저로 군림하고 있고 인도와 중동에서도 이용자가 늘고 있다. 월 1회 이상 이용자가 세계적으로 2억2,000만명인데 일본에서만 6,200만명이고 대만·태국·인도네시아에서 총 9,5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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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인 매출액은 1조2,900억원(약 11억달러)으로 광고가 35%, 웹툰·뮤직·게임 등 콘텐츠가 35%, 스티커 22% 등으로 구성돼 있다. 라인 측은 “현지 문화화(컬처라이제이션)를 바탕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기반 삼아 북미와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중 북미·유럽에서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웹툰사업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부터 ‘라인 웹툰’을 미국 콘텐츠업체 ‘스탠리’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웹툰을 무료로 여기는 국내와 달리 미국 등에서는 유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네이버 사옥/서울경제DB네이버 사옥/서울경제DB


북미·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보일 사업으로는 동영상도 유력하게 꼽힌다. 이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V)’를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입증됐다. 국내 연예인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실시간으로 팬과 소통하는 동영상 플랫폼인 V는 지난해 8월 서비스에 들어간 뒤 전체 이용자의 80%가 해외에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에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자회사인 ‘웨이브미디어’를 설립했다. 미국 현지 뮤지션과 협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 맞춤화된 동영상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올해 3·4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네이버 3·4분기 매출액으로 1조400억원, 영업이익을 2,81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4분기 매출은 9,873억원, 영업이익이 2,726억원이었다.

최고 매출 기록은 V앱·쇼핑윈도 등의 성장이 큰 몫을 했는데 그 주역이 새 대표로 내정된 한성숙 부사장이다. 한 내정자는 ‘브이(V) 라이브’ 등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한 주역으로 평가된다. 7년 만에 네이버의 새 수장으로 내정된 그는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등 정보기술(IT)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해 서비스 전반을 총괄해왔다. 현재의 김 대표는 오늘날의 네이버가 있기까지 큰 공을 세웠지만 2005년 넥슨 주식을 취득할 때 회사 측에서 무이자 대출을 받은 게 드러나 진경준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운신의 폭이 제약을 받아왔다.

다만 이 의장은 창업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해 글로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국내 사업과 조율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나지만 국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라며 “등기이사직을 통해 국내 사업에서도 창업자로서 책임 있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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