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로에 선 K바이오] 제넨텍·길리어드 성공 배경엔 VC...초기 바이오기업 적극 발굴·투자 확대해야

계속된 임상시험·적자에도

인내심 갖고 투자해 '잭팟'

국내도 R&D 집중 하도록

기술상장특례 등 활성화를



지난 1976년 1월17일 당시 28세이던 벤처캐피털리스트 밥 스완슨은 UC샌프란시스코의 허버트 보이어 교수를 찾아갔다. 스완슨은 “교수님의 유전자재조합 기술 관련 연구에 감명받았다”며 이를 사업화하자고 제안한다. 보이어 교수는 끈질긴 구애에 설득돼 스완슨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지금은 연매출 20조원의 대형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한 ‘제넨텍’이다.

또 다른 벤처 신화 중 하나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1987년 설립 이후 1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회사에 투자했다. 길리어드는 2000년대 들어 신종플루 백신 ‘타미플루’,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등 ‘잭팟’을 터뜨리면서 글로벌 10위권 제약사로 거듭났다.


제넨텍과 길리어드의 사례는 바이오업계에서 초기 벤처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바이오는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에 비해서도 연구개발(R&D), 임상시험, 시설기반 등에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 분야 투자액 자체는 급증하고 있지만 수익성 위주의 단기 투자가 대다수다. 특히 창업 초기 벤처 투자가 저조해 바이오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바이오·의료 벤처업체 투자 가운데 3년 이하의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12.1%에 불과했다. 전체 초기 벤처투자 비중(31.1%)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기 벤처 가운데는 주력 R&D에 집중하지 못한 채 눈앞의 생존 자금 마련을 위해 한눈을 팔거나 비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벤처기업 기업공개(IPO)가 까다로운 점 역시 벤처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다. 특히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시 창업자가 지분을 일정 정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벤처캐피털 투자가 늘수록 IPO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다.

관련기사



심지어 ‘당장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은 손쉽게 상장시켜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기술상장특례제도마저도 모호하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기술력 평가에서 A등급 평가를 받은 기업이 주주 지분 문제 등 문제로 탈락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IPO는 투자 유치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임에도 우리나라는 미국 나스닥 등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문턱이 높다”며 “특히 기술상장특례제도는 원래 취지대로 기술력 평가만 통과하면 웬만하면 상장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잠재력 있는 초기 벤처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잘 전파될 수 있게 해주고 대기업도 자사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유망 벤처 투자와 발굴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