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상은 토지의 비옥한 문학 정신을 이어 나가며 전 세계의 문학 지형에 토지 정신을 심고 뿌리 내리게 할 작가를 선정해 왔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이한 박경리 문학상의 영예는 아프리카의 역사적 질곡을 언어와 국경을 종횡하며 구전문학과 토착적 문화 전통의 감수성으로 녹여 낸 케냐 출신의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Ng?g? wa Thiong’o)에게 주어졌다.
수상자인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는 “케냐와 한국의 문학적 연대(The Kenya-Korean Literary Connection)”를 주제로 식민 지배를 경험한 양국의 역사의식과 문학적 실천, 현실 비판과 저항 정신에 대해 의견을 펼칠 예정이다.
응구기는 1964년 첫 소설 ‘울지 마, 아이야’를 발표한 이래로 신식민주의 문제를 주제로 한 대표작 ‘한 톨의 밀알’(1967년), ‘피의 꽃잎들’(1977년 )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그는 소설뿐 아니라 희곡, 평론 등 여러 장르에서 왕성한 창작과 집필 활동을 이어 왔다.
응구기의 문학은 작가의 삶과 한 몸을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아프리카의 현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년 시절 경험인 영국의 식민 지배와 마우마우 독립 투쟁은 응구기 문학의 핵심적 주제로, 그의 문학은 제국주의 하의 식민지 생활상과 독립 이후에도 지속되는 탈식민주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쳤다. 그는 모이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20여 년에 걸쳐 오랜 망명 생활에 시달리면서도 영어와 기쿠유어를 넘나들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는 한편 학자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김지하의 ‘오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응구기는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깊은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두 번째로 한국을 찾게 됐다”며 연세대 강연을 통해 한국문학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소회도 밝힐 예정이다.
연세대학교 조대호 인문학연구원장은 “응구기 와 시옹오는 현실과 정면 대결하는 자세를 통해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과 언어적 실천을 이끌어 왔다”며 “그의 문학 세계를 통해 오늘날 한국문학이 당면한 문제와 세계문학이라는 과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