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선 승복하겠다, 내가 이기면..." 갈 데 까지 가보겠다는 트럼프

"결과 의심스러우면 소송 불사"

대선 패배 시 불복입장 재차 피력

美정치권 "민주주의 근간훼손" 일갈

도널드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불복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미 정치권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는 전날 3차 TV토론에서 대선 패배시 “그때 가서 보자”고 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기면 수용, 패하면 소송’ 방침을 피력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탱하는 선거의 결과를 부정할 수 있다는 전례 없는 주장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어떤 의심도 남지 않는 대승을 거둘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유세에서 “모든 미국인에게 역사적인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싶다”더니 “만약 내가 이긴다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전날 TV토론에서 대선 패배시 불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더욱 구체화한 셈이다.


트럼프는 별다른 증거 없이 언론의 왜곡보도와 자격 없는 수백만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고 주장하며 ‘선거조작’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조작과 대선불복 시사는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실제 대선 패배시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켈리앤 콘웨이 선거본부장은 이날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 나와 입증·확인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미 정치권과 법조계는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해도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부정선거를 둘러싼 주장이 난무하며 열성 지지자들이 가담하면 민주주의와 정치 시스템의 심장부를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미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은 클린턴이 승리하면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살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선거 결과 수용은 미국에서는 모든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라며 트럼프에게 대선승복을 촉구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카터센터를 통해 미 선거제도에 조작과 사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파괴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클린턴 지원유세에 나서 “트럼프의 발언은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선거제도의 합법성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자 적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시빗거리나 의심도 남지 않게 클린턴이 대승을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