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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공항가는 길', '두 번째 스물' 불륜을 담는 두 가지 방식

20년 전 드라마 ‘애인’의 폭발적인 흥행은 미디어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어른들의 일탈은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신데렐라,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과 함께 모든 장르의 흥행코드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 드라마의 불륜 코드는 KBS2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순수한 사랑으로까지 발을 뻗었다. 반면 개봉을 앞둔 영화 ‘두 번째 스물’은 10여년 만에 만난 중년 남녀의 여행을 통해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16부작 드라마와 2시간여의 드라마의 서로 다른 호흡은 같은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공항가는 길’ 있을건 다 있되 갈등수위를 낮추다



‘공항가는 길’에는 그동안 불륜 소재의 드라마에 등장했던 모든 요소들이 집약돼 있다. 남녀 주인공의 배우자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가부장적인 반면 바람둥이인 남편, 고약한 시어머니, 비밀이 많은 아내 곁에서 두 주인공은 사는게 고달프다. 이들을 걱정하다보면 두 사람이 주고받는 위로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이들의 위로가 사랑이 되는 과정은 이전 작품들보다 천천히 전개된다. 호흡이 상당히 길다. 우연한 계기가 반복되고, 이를 통해 서로 관심을 갖게 되며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기까지 시청자가 공감하고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관계의 끝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사랑을 완성하든지, 각자의 길을 가든지 두 종류다. 이를 추측하는 것이 불륜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다.

위기는 어떻게 닥칠지, 결말은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미 정성주 작가는 ‘밀회’를 통해 제대로 그 맛을 보여준 바 있다. 감동·의미보다는 스릴, 비밀스런 사랑에 집중한. 전형적인 MSG의 달콤 짭짜름한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두 번째 스물’ 과거사랑에 대한 미련, 그리고 끝




40대 남녀가 유럽에서 우연히 만났다. 10여년 전 헤어진 이들에게 일주일간 아무도 모르게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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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과거의 연인을 통해 ‘미련이 남은 사랑의 끝’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7일간 화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여행지가 바뀌면 이야기도 바뀐다. 두 사람의 첫 만남, 사랑의 절정에 다다른 순간, 이별과정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그동안 가슴에 쌓아놨던 응어리를 풀어낸다.

이들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후회와 오해들을 한꺼풀씩 벗겨가는 과정은 아주 흥미롭다. 화내고 억지 부리고 설득하다 결정적인 순간 돌아섰던 이유가 오해였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 두 사람의 표정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법하다.

‘두 번째 스물’은 진한 사랑을 부르짖지도, 과거의 대한 미련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꿈같은 여행을 통한 옛사랑의 보물찾기와 같다. 작품의 결말인 귀국 후 이야기가 여행 당시보다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건 ‘비포선셋’과 같이 흐름보다 대화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두 번째 스물’(위), 드라마 ‘공항가는길’(아래) 스틸영화 ‘두 번째 스물’(위), 드라마 ‘공항가는길’(아래) 스틸


드라마와 영화 비교해보는 재

과거 드라마 ‘애인’이 불을 붙인 이후 가장 주목받은 장르는 ‘복수극’이었다. 버림받은 여자가 가슴에 칼을 갈고 달려들어 상대를 무너트리는 전개방식에 많은 시청자들이 통쾌함을 느꼈다.

특히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아내를 몰라본 남자가 몰락하는 ‘아내의 유혹’ 이후 아침드라마를 중심으로 ‘막장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열풍을 이어왔다.

막장드라마는 빠르게 시청자들을 파고들었으나 비판이 쏟아지면서 차츰 강도를 줄여왔다.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당위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반면 두 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맺고 끊는 과정에 집중해왔다.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두 장르는 눈에 보이는 차이를 만들어왔다. 선악구도와 감성적인 흐름으로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바라보거나, 뚜렷한 관계설정과 빠른 전개로 생각할 거리를 만들거나. 두 장르의 특성을 비교하며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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