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수 이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유리트리트로 올해 들어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비롯한 건축계의 권위 있는 상들을 잇달아 수상했다. 유리트리트는 곽 대표가 그동안 여러 건축 작품들을 통해 추구해 온 ‘리트리트(retreat)’를 전면에 내건 작품이다. 그에게 리트리트의 의미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쉰다는 의미로 이런 생각에는 건축가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건축가는 앞선 시대의 건축으로부터 누적된 지식과 경험을 통해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문제해결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건축가는 이 시대의 비합리적인 제도, 관례와 문화의식 등 도시문제를 중재하고 토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대표가 생각하는 도시에 필요한 건축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는 “사익과 공익, 둘 중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효를 거두기 힘들기 때문에 건축은 그 둘 사이를 잘 중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 원빈, 가수 신승훈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의뢰로 그가 설계한 건축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는 이러한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의뢰는 거절하고 있다.
곽 대표의 건축 철학은 유리트리트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유리트리트는 자연과 아름다운 경관, 주변의 가치를 공짜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건축주는 반드시 공공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건축주에게 주변의 기후, 식생, 계절에 따라 바뀌는 환경을 잘 기록하고 가꿔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칼럼, 만평, 강연 등을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유리트리트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그가 설계 의도 등을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이 있다. 그는 “특정 건축만을 위한 영상에 참여하는 것은 건축사로서 상업적으로 이용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축의 바른 사용법과 리트리트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공감을 얻기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건축 문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곽 대표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라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건축의 수명이 짧다”며 “오랫동안 살아남아 많은 사람의 생애와 손때가 묻은 건축으로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희망했다./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