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트갤러리]김주경 '북악산을 배경으로...'

김주경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1929년작. /소장처=국립현대미술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김주경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1929년작. /소장처=국립현대미술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단풍잎인가 싶었더니 진빨강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이다. 그림 아래에서 시작해 담을 끼고 도는 길을 따라 그녀는 약 100년 전의 서울 풍경으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화가 김주경(1902~1981)이 작품을 발표한 1929년 당시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이 두드러진 이 그림은 “장안 제일의 양화(洋畵)”라는 찬사를 들었다. 미술사학자 신정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교수는 1920~1930년대 도록 등을 통해 그림 속 건물들이 “지금은 서울도서관으로 쓰이는 옛 서울시청 자리의 ‘경성부청’이 북악산과 북한산을 배경으로 보이고 그 옆 건물은 불이흥업주식회사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도시적 요소인 ‘길’과 ‘담’에 그림의 생명이 담겨 건물이 생경하지도 경박하지도 않게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늘 드리운 자리는 몹시 어둡지만 건물 벽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어 전혀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시 풍경화의 대표작가인 김주경은 경성 곳곳에서 캔버스를 벌여놓고 그림을 그리다 “순사가 와서 교통방해라고 못 그리게”하는 일을 종종 겪곤 했다. 그 사생의 노력 덕분에 그림은 시간을 넘어 생생함을 전한다. 당장 북악산으로 가을 산책을 떠나고 싶을 정도다.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11월23일까지 열리는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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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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