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의지를 밝히면서 정치권 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대선을 1년2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헌 합의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다 대통령·국회의원의 임기 축소 문제도 현실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년여 만에 개헌 합의? 글쎄…추진 주체 놓고서는 ‘밀당’=일단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하지만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 방향 등을 놓고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종 개헌안이 도출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의 진정성이 있었으면 임기 초에 (제안) 하셨어야지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지금 제안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좀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개헌 추진을 누가 주도할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내에 개헌을 위한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찬성할 수 없다”며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부와 여야·전문가가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를 제안했다.
◇대통령·국회의원 둘 중 하나는 임기 절반 ‘싹둑’=대통령 혹은 국회의원의 임기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개헌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권 주자였을 때 밝혔던 4년 중임제를 시행하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 말 대선이 끝나자마자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실시하면 현재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절반(2년)이 잘려나가게 된다.
이원집정부제를 선택하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새로운 원(院) 구성을 해 총리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20대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개헌을 꾸준히 주장해왔던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6월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쪽으로 논의해야 동력을 모으기 쉬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 사무총장의 주장대로 국회의원의 임기를 보장하려면 대통령의 임기가 깎여나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 4월 총선에 맞춰 대통령 선거를 2019년 12월에 시행하는 것으로 조정할 경우 내년 말 대선으로 집권한 19대 대통령의 임기는 당초 5년에서 2년으로 3년이나 줄어든다.
임기 축소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대선과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졌던 2012년이 개헌의 최적 시기였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천천히 합의를 거쳐 대선·총선이 함께 치러지는 오는 2032년 개헌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