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北核 저지 공감대 이끌어낸 MTCR 총회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지난주 부산에서 35개국 300여명의 미사일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제30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총회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MTCR는 미사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사일 관련 기술 및 물품의 이전을 통제하려고 지난 1987년 설립된 다자 수출 통제 체제다. 미사일 관련 기술 및 물자의 공급 능력이 있고 비확산에 대한 의지를 가진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MTCR가 매년 총회에서 갱신하는 미사일 관련 통제물자의 목록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금수물자 목록에도 그대로 활용되는 등 동 분야의 국제적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총회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계속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장 엄중한 시점에 이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총회가 열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정부는 참석자들이 북한의 미사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위협을 체감할 수 있도록 2월7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미사일의 잔해를 전시하고 특별 브리핑을 했는데 참석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12년 만에 신규 회원국으로 인도가 가입해 처음 총회에 참석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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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MTCR가 북한 미사일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24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속적인 도발로 대량 살상무기 운반 능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는 한반도나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임을 강조했다.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등으로 구성된 우리 대표단은 다양한 주제 발표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해와 경각심을 제고시켰다. 또 우리 정부가 6월 발표한 ‘북한 맞춤형 감시 대상 품목’ 중 미사일 관련 품목을 공유해 실제 대북 수출 통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여타 회원국들도 북한 미사일 활동에 대한 분석 자료를 공유하고 북한으로의 민감 물자 유입을 막기 위한 실효적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원국들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저지하기 위해 대북 수출 통제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나가기로 했다.

이제 총회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는 앞으로 1년간 MTCR 의장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핵·미사일 관련 수출 통제 체제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과 MTCR의 의장국을 사상 최초로 동시에 맡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우리 외교부 장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급 핵 안보 국제회의 의장을 수임하는 등 활발한 비확산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이 시점에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비확산 지도국으로 신뢰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을 이끌어나가는 한편 우리의 당면 과제인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MTCR 의장국으로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나갈 것이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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