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눈] 미적대는 검찰

진동영 기자진동영 기자


요즘 다른 출입처 동료 기자들이 ‘검찰 수사 속보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이유를 묻는다. 최근 가장 ‘핫’한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와 관련해 연일 관계자를 소환조사를 하면서 스마트폰 뉴스 앱으로 속보 알림이 쏟아져서다.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겉보기엔 강도 높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은 듯하다. 관계자 소환만 잇따를 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없다. 핵심 인물도 모두 잠적한 상태다.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진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 처벌’을 주문한 뒤라는 점도 씁쓸하다.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적용할) 죄명이 뭐냐”고 되물으며 “범죄사실이 소명되지도 않았는데 영장 청구를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언론이 쏟아낸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기존 고발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제출한 고발장 내용만 들여다보겠다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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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뒤 대통령의 엄중 처벌 발언 이후 기자의 스마트폰에는 수사와 관련된 속보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검찰이 뒤늦게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는 바람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 핵심 관계자들은 이미 출국해 잠적했다.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애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수사에 나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 당시 검찰이 “증거인멸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보여서 급하게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강조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도 역시 검찰의 ‘하명 수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수사 일정이 많이 남아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야권은 공세를 퍼부을 것이고 여권과 검찰은 이를 반박할 것이다. 검찰은 법과 원칙이 수사의 기준이라는데 여론은 ‘정치적 기준’이 이에 앞선다고 보고 있다. 정말 그런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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