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국 개헌태풍 속으로]"중임제,제왕적 대통령제 부작용 심화" VS "내각제 도입땐 입법 독주"

■쏟아지는 개헌 시나리오...장단점은

"대통령·의회 권력 독점 막을 수 있는 구조 필요"

분권형 대통령제·순수 의원내각제 등 대안 부상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에서 준비하고 대통령께 보고된 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에서 준비하고 대통령께 보고된 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을 중심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개헌 시나리오들이 봇물을 터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대통령 임기를 기존 5년에서 중임을 허용해 최대 8년까지 보장하는 것이고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책임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분담하는 것이다. 순수 의원내각제는 국회 다수당이 행정수반을 배출하는 것으로 여야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나돌고 있다. 더구나 내년 대선을 놓고 차기 주자들이 선호하는 권력 구조에 따라 각 진영 간 셈법과 합종연횡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임기 동안 국가 정책을 길게 보고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년 단임제에서는 안보나 외교, 경제 분야의 핵심 정책들이 정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바뀌다 보니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만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국정 핵심 어젠다였던 녹색산업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대체에너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잘만 이어갔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도 현 정부 들어 이름조차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버려진 정책이 돼버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도 필요에 따라 이어갈 수 있지만 전 정권과 단절을 원하는 분위기 때문에 좋은 정책도 5년마다 사장되기 일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국가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키우는 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웃 나라인 중국이 국가 지휘 아래 최소 10년간 일관된 정책을 펴면서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경쟁력 있는 정책을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5년 기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2~3년 집중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만 찾다 보니 외교나 안보, 교육, 노동개혁 등 국가대계를 위한 장기 플랜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에 4년 중임제가 선호되고 있다. 4년 중임제는 9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원포인트 개헌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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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저변에는 현재 수준의 국회 역량을 감안할 때 의원내각제 등을 도입하면 입법 독주가 예상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반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헌법 전문가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국회 수준에서 내각제를 도입할 경우 입법 권한이 무소불위로 커져 입법 독주가 우려된다”며 “선거제도 개편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국회에 내각제를 통해 더 큰 권력을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며 “4년 중임제로 가되 총선을 4년 임기의 중간에 치르면 정권의 중간평가도 되고 좋다. (이같이 개헌하려면) 다음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6개월만 포기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대통령 한사람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 현상으로 권력부패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순수 의원내각제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당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의원 등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여야 개헌파 의원들 중에는 분권형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과 다수당 출신의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각각 전담하면서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순수 의원내각제도 의회와 내각이 긴밀한 관계에서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의회 다수당이 부재할 경우 정당 간 연립내각 구성을 위해 의회가 다시 정치 투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의회 권력의 독주에 대한 행정부의 우려도 해소시켜야 하는 부담은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중임제는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키울 수 있어 권력 분점 형태의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분권형 개헌은 오히려 내년 대선 판도가 야당 우위의 흐름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여당이 새로운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여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장악한 입법부가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비생산적인 정쟁만 거듭되는 폐단을 바로잡으려면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야권의 경우도 ‘문재인 대세론’에 반감을 가진 야권 일부 주자들이 지역이나 이념 지형에 따라 서로 연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개헌이 매력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나 야 모두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4년 중임제 개헌이냐, 분권형 개헌이냐를 놓고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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