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앤뷰티(H&B)스토어 1위인 CJ올리브영이 뷰티업계에서 막강한 유통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구 영업망을 지닌 올리브영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올리브영 입점을 꿈꾸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문제는 올리브영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입점을 위해서는 불리한 조건도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올리브영은 전국 매장 수 650여 개로 국내 H&B스토어 업계 가운데 가장 촘촘한 유통망을 구축했다. 2위인 GS왓슨스는 126개, 3위 롯데 롭스는 81개 매장으로 올리브영과 차이가 크다. 매출 성장세도 무섭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7,603억원으로 4년 전인 2011년 2,119억원에 비해 5,500억원 가량 급증하는 등 최근 수년간 20~30%의 고성장중이다. 올해는 매출 9,000억원을 기대한다. 이처럼 탄탄한 기반을 지닌 올리브영은 유통망이 약한 중소 뷰티 업체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올리브영이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코스로 자리잡으면서 올리브영 입점을 원하는 뷰티업체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입김이 세질수록 입점과 관련된 크고 작은 잡음들도 뒤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에서는 특정 홍보물을 제작할 때 올리브영이 지정한 업체만 이용해야 한다. A 화장품 관계자는 “오랫동안 홍보물 제작을 거래해 온 업체가 있었지만 반드시 올리브영이 지정한 곳에서 만들어야 한다기에 그 곳에 맡겼다”며 “홍보물이 그다지 큰 크기도 아니었는데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비쌌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측은 매장 내 디자인 일관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H&B스토어들은 입점 업체가 원하는 곳에서 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롭스는 홍보 포스터 등 일부 홍보물은 자체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설치하는 특정 홍보물의 경우 업체가 원하는 곳에서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묵적으로 다른 유통채널에 함부로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가격을 더 낮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업체들의 큰 불만이다. B 화장품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와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올리브영 측에서 바로 항의가 들어왔다”며 “계약서 상에 다른 채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조항도 없는데 항의를 받게 돼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결국 제품을 다른 유통채널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체 역시 “다른 H&B스토어에 더 저렴하게 제품을 내놓는다거나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며 “일단 올리브영에 들어가서 가격을 조율한 뒤 나머지 채널들과 조건을 협의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올리브영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에서 판매를 도와줄 직원을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을 보냈더니 매장 청소까지 시킨 적도 있다”며 “거래 과정에서 이런 불편한 일들이 있지만 을의 입장인 입점 업체들은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윤선기자·신희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