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와 학계를 중심을 이뤄지던 ‘플리바기닝’과 ‘사법방해죄’ 도입이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의 유죄 답변이나 수사에 대한 협조를 조건으로 피고인과 기소 협상 또는 양형 협상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유죄협상제나 사전형량조정제도, 사법협조자 감면제도 등으로 불린다. 사법방해죄는 수사단계에서 거짓 진술을 한 참고인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25일 국회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플리바기닝과 사법방해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플리바기닝과 사법방해죄가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 측은 “해외 입법례와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보완할 부분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다음 정기국회에 맞춰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입법 추진은 최근 검찰이 진행한 포스코와 롯데수사가 사실상 실패한 수사로 평가받으면서 검찰 수사기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독일 등과 달리 현재 국내에서는 플리바기닝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또 재판 중에 범죄 사실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무고·위증 등 거짓 진술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두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통상 플리바기닝 시행 후 형량을 감면받을 목적으로 공범이나 3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짓 진술을 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사법방해죄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 의원의 이번 입법 추진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11년 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대법원과 대한변협·학계·시민단체들은 “사법방해죄 신설은 수사 편의적 발상으로 참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법정공방을 위축시켜 공판중심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나 무고·증인은닉죄 등 기존 형법에 있는 조항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해 무산됐다.
검찰은 다만 이후에도 복잡하고 교묘해지는 조직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새로운 수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대검찰청 미래기획단 산하 공법연구회는 올 4월 ‘내부증언자 형사면책제도의 입법 필요성’을 주제로 검찰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회의를 열어 플리바기닝 도입과 관련한 형법학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당시 회의에서는 △조직범죄를 비롯한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정해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명령에 따른 ‘거래적 면책’을 도입하는 방안 △검사의 기소 재량에 의한 ‘비공식적 면책’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정 의원이 발의할 법안에는 공판중심주의의 약화나 검찰의 권력 남용 등 기존의 우려에 대응해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등 보완책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