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그룹 총수가 1년여 만에 또다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제의 난’을 수습하겠다며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검찰 수사 등의 여파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치경영과 질적 경영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1차 혁신안 수준과 크게 다를 바 없어 국민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관련 법규와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를 조건으로 달았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신 회장은 이번에야말로 국민 앞에 했던 투명경영과 정도경영의 약속을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을 조기에 매듭지어 그룹 정체성을 둘러싼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1인 황제 기업’의 오명에서 벗어나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오너의 진정성과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재계는 롯데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마침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을 선보이며 구글·애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이 대기업에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기업가정신일 것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