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위기의 청와대...대통령 해명 불구...의혹 여전...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첨삭 등 국정 개입이 사실상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고백했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비선 보좌’를 맡긴 이유라고 설명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이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 때문에 활동 전반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 같은 사적 자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모두 비선을 국정에 개입시킨 이유로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먼저 대통령이 되기 전일 지라도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비선에게 일을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비서로 기용해도 문제가 되는 세상에 경력과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비선이 유력 정치인의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과거 어려웠을 때 최순실 씨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어떤 사연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비선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큰 문제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통치 시스템이다. 청와대라는 통치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공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공무원 급여를 받으며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 뒀다”고 말한 부분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 인사권자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자신의 보좌 조직을 정비하고 인사를 단행해 보좌진을 구축해 왔다. 보좌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으면 대통령의 권한 내에서 완비할 일이다. 보좌 체계가 마음에 안 들어 비선을 동원했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부정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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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신병을 신속히 확보해 수사를 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이날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자신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전달해 온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을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쇄신 계획도 없어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간의 눈은 최순실 씨와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에 쏠려 있다. 이들 3인방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근 거리를 지켜 와 최순실 씨 등 비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은 이들 3인방과 비선과의 관계를 파헤치면 더 많은 의혹이 나올 것으로 보고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뒀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한다. 여러 가지 정황 상 최순실 씨가 최근까지 박 대통령 곁을 지키며 대통령 연설문 수정, 해외 순방 시 스케줄 검토 등을 수행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상과 장신구 등 개인사에 대해서는 계속 보좌한 것으로 보는 여권 인사가 많다. 따라서 향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의혹 제기와 폭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비선의 핵심으로 불리는 차은택 씨 문제는 아직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거론조차 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의혹도 추가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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