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영국 정부, '13년간 표류' 히스로 공항 제3활주로 신설 결정

빠르면 2021년 착공…계획 나온지 13년만의 정부 발표

현 내각 안에서도 찬반 엇갈려…메이 총리 "이제는 결정 내려야"

25일(현지시간) 아메리칸에어웨이즈 소속 여객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 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25일(현지시간) 아메리칸에어웨이즈 소속 여객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 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13년간 표류한 런던 히스로 공항 제3 활주로 신설 계획을 승인했다. 빠르면 2021년 착공 예정이다.


영국 교통부는 25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의 항공기 수용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히스로 공항 제3 활주로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 공항위원회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방안을 1순위로 권고했지만 런던 남부 개트윅 공항 확장 방안과 히스로 공항 기존 활주로를 이착륙이 동시에 가능토록 연장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발표는 지난 2003년 히스로 공항이 제 3활주로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지 13년만의 일이다. 당시 노동당 정부는 늘어나는 여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를 승인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비행기 소음과 교통체증,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차일피일 활주로 신설이 미뤄지면서 도심 외곽의 개트윅 공항 확대 방안과 런던 내 다른 지역에 공항을 새로 짓는 안 등이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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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보좌하는 내각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불도저 앞에 드러눕겠다고 말하는 등 히스로 공항 확장의 대표적 반대론자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이날 “불도저가 출현하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았다”며 활주로 신설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야당인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이날 런던과 영국 모두에 나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사디크 칸 시장과 런던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가 패배한 보수당 잭 골드스미스 의원은 이날 결정에 항의해 하원의원직을 사퇴했다. 반면 재계와 노동계에선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정부 결정을 환영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주 의회에서 이 문제는 “40년에 걸쳐 논의됐고 토론됐고 추측됐던 사안”이라며 이제는 결정을 내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정으로 즉각 활주로 건설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1년간 협의를 거친 뒤 의회 승인을 얻는 관문이 남았다. BBC방송은 여당인 보수당 하원의원의 20%인 약 60명이 히스로 공항 활주로 신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의회를 통과해도 대지 매입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적어도 2021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히스로 공항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인 ‘히스로 공항 홀딩스’는 대지 확보 등에 필요한 보상금을 15억파운드(약 2조1,000억원)로 추산했다. 공항 측은 부지에 강제 편입되는 주택 750채를 공항 옆에 있다는 단점에서 비롯된 저평가 부분을 모두 만회하고 여기에 25% 프리미엄을 얹혀 매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수용능력의 98%에 달한 히스로 공항에 활주로가 추가되면 연간 수용능력이 현재 48만편, 8,000만명에서 최대 74만편, 1억3,0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공항 측은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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