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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 대홍수, 왜 지독했는가?

미국은 다음 대홍수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배턴 루지의 범람 -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사람들을 도우려는 해안경비대배턴 루지의 범람 -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사람들을 도우려는 해안경비대


루이지애나 주의 거리에는 젖은 카펫과 가재도구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2016년 8월 중순, 인근의 배턴 루지가 범람하자 3만여 명이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갔다. 13명이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구조되었다.

그 때 내린 비로 수만 채의 집들이 망가졌다. 안 그래도 비로 흠뻑 젖은 땅 위로 엄청난 양의 물이 몰아닥쳤다. 비로 인해 강물이 강둑을 넘쳐 범람하면서 물이 빠르고 무자비하게 마을을 덮쳤다. 평화로웠던 도로는 순식간에 물이 넘치는 운하가 되었다.


많은 의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다음 두 가지다. 홍수가 이렇게 빨리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다음 홍수는 무슨 수로 대비할 것인가? 이 의문의 이유는 미래에는 더 많은 홍수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기후학 교수인 배리 케임은 이 폭풍의 내력을 8월 3일까지 역추적했다. 8월 3일, 폭풍은 편동풍파라는 기후 패턴에 의해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생성되었다. 폭풍은 멕시코만 해안으로 몰려오면서 뜨겁고 습한 대기 속의 수증기를 흡수해 수분 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졌다. 케임 교수는 “이 현상은 기본적으로 바람 없는 허리케인입니다.”고 말했다.

양쪽에 두 개의 일기계를 낀 편동풍파는 계속 전진해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 인근에 상륙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리빙스턴 패리쉬였다. 이 곳의 주택 중 75%가 높이 최대 2.4m의 물에 침수되었다. 학교 15개소도 피해를 입었다. 홍수 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25%뿐인 것으로 추산된다.

케임은 이번 현상을 설명하면서 “전례 없는”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미국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48시간 동안 55.52cm의 비가 왔다고 한다. 케임에 따르면 커뮤니티 콜라보레이티브 레인 헤일 앤 스노우의 비공식 측정으로는 이틀 동안 79.73cm의 비가 왔다고 한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물이 평상시처럼 땅에 흡수되지 못했다. 앞서 내린 폭풍우가 몰고 온 빗물이 아직 땅 속에 있었다. 빗물은 바로 지류와 시냇물로 흘러들었고 순식간에 범람해 루이지애나의 방대한 저지대를 침수시켰다.




헬리콥터에서 본 배턴 루즈의 홍수 장면.헬리콥터에서 본 배턴 루즈의 홍수 장면.


이 지역에는 이만한 홍수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대홍수가 발생한 것은 1983년이었다. 그 이후로 인근 강이 그만큼 크게 범람한 적은 없었기에, 주민들은 이 곳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이다. 케임은 이렇게 말한다.

“1983년의 대홍수로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기가 사는 곳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나 2016년의 대홍수는 1983년의 홍수보다 훨씬 규모가 큽니다.”

“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홍수에 대처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규모의 재해가 벌어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재로서는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잔해를 치우고 있고, 카페트의 물을 짜내고 있어요. 아직 다음 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할 시점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하는 동안 다른 연구자들은 더 넓은 시각에서 이 재해를 보고 있다.에릭 P. 살라테는 워싱턴 대학에서 이번 대홍수와 기후 변화 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모든 일은 발생하기 전까지는 전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벌어졌죠. 그리고 나면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이번 루이지애나에 있는 대홍수는 1,00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규모였다. 즉, 통계적으로 볼 때 이만한 대홍수를 또 보려면 1,00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럴까?

케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1,000년만의 대홍수’ 같은 말은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됩니다. 불과 10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측정한 기록 가지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죠.”

“모든 일은 발생하기 전까지는 전례 없는 것입니다.”




이재민들을 찾아라! 주방위군 헬리콥터로 이재민들을 수색 중이다.이재민들을 찾아라! 주방위군 헬리콥터로 이재민들을 수색 중이다.


100년만의 대홍수니 1000년만의 대홍수니 하는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기상 관측에 기반을 둔 통계 자료 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기상 관측을 시작하면서부터 기후 자체도 바뀌었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정확했던 예측이 지금은 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살라테는 이렇게 말한다. “적절한 데이터 같은 건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위험과 문제, 두려움이 따릅니다. 다들 이번 대홍수를 가리켜서 ‘1,000년만의 대홍수’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1,000년만의 대홍수’ 같은 소리는 1920년대에나 통하던 얘기지, 지금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기온이다.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에 비해 습기를 많이 함유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시대에 살고 있다. 즉, 크고 강력한 폭풍이 형성될 때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습기를 함유할 수 있으며, 이러한 폭풍의 규모와 강도가 더 강해질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번의 폭풍이 전례 없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이미 이번으로 전례는 만들어졌다.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로 더 이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홍수가 닥칠지 알아낼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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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가 홍수로 고생하고 있던 지난 8월 16일, 미국 해양대기청은 다음 대홍수를 더욱 쉽게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를 공개했다. 이 도구를 통해 사람들은 대응할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기상 예보관들은 예전보다 더욱 쉽게 폭풍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해양대기청 수해 예측국 지리 정보부 부장인 에드워드 클라크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 수자원 모델은 매우 유연하며 미 전국에 걸쳐 일관적이고 포괄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국가 수자원 모델은 미 전역에 있는 4,000개의 양수표를 점검해 수해 예측을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미 대륙의 48개 주는 물론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 및 멕시코 영토 일부에까지 이르는 물의 흐름을 예측한다. 물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물 데넘 스프링스 외곽에서 주방위군이 불어난 물속으로 험비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엄청나게 불어난 물 데넘 스프링스 외곽에서 주방위군이 불어난 물속으로 험비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


클라크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기상학계가 사용했던 방법론과 유사합니다. 관측소에서 얻은 데이터로만 기상 예측을 하지 않고, 대신 전국의 모든 격자점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 사용해 수치적 예측이나 중규모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 수자원 모델은 홍수만 따지지 않는다. 물이 너무 많은 곳에서부터 너무 적은 곳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수자원 관련 예산을 종합적으로 본다. 이 모델은 또한 유량이 적어 발전소를 냉각시킬 물이 없어 전력 생산을 줄어야 하는 것 같은 상황도 살핀다.

물론 이 모델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완벽한 기상 예측 모델은 나온 적이 없다. 이 모델은 토지 사용 데이터(숲이나 목장은 택지 및 콘크리트 포장이 된 토지와는 물의 흡수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토양 습도, 외부 출처에서 얻은 기상 정보에 기반하며, 가장 우수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동작한다.

이 모델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클라크는 벌써 장점을 더욱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다음 버전을 알아보고 있다.

언젠가 국가 수자원 모델이 홍수가 임박했음을 경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홍수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클라크는 “수로 인근에 사는 사람이라면 홍수 보험의 필요성을 알아야 합니다.”고 말한다.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루이지애나 홍수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해안경비대 대원들이 루이지애나 홍수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홍수 보험은 홍수 후 재건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클라크는 비상시 대피소의 위치를 아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홍수가 잘 일어나는 곳에 사는 사람은 비상시 대피로를 통해 고지대의 안전지대로 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시 우선 사람들을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문제다.

살라테는 “의외로 많은 도시들이 이런 대홍수가 언젠가는 또 일어날 수 있겠지만, 최소 50년 이내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 많은 비용을 감수해 가면서 대비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고 말한다.

이는 또한 사람들에게 이름이 없는 태풍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구 위원회에 개발제한 구역을 둬야 할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일인 것도 아니다.




탱기파호아 패리쉬에서 주방위군 병사들이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탱기파호아 패리쉬에서 주방위군 병사들이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미국 허리케인 센터에서 명명한 열대성 저기압이나 허리케인이라면, 접근 시 사람들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 없는 <편동풍파>라면요? 사람들은 빨리 대응할 필요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도 덜 느낄 것입니다.”라는 케임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편동풍파가 허리케인의 전조임을 알리고, 기상 예보와 국가 수자원 모델 같은 예측 도구를 통해 편동풍파가 지역 공동체에 위협적임을 알린다면,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적시에 경보를 보내 재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만이라도 전원 대피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홍수 보험, 예보, 기획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다. 그러나 결국 홍수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위험한 곳에서 대피시키는 것이다.

“집을 물 밖으로 빼낼 방법은 없습니다. 집은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사람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Mary Beth Griggs

by Mary Beth G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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