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시대의 삼성-(3) '스타트업 삼성' 급물살] 실용주의 JY…실리콘밸리 DNA 이식 속도낼 듯

문서는 꾸미기보다 내용에 집중

상대방과 대화 경어 사용 캠페인 등

아래서 위로 조직 문화 혁신 확대

2715A13 삼성조직2715A13 삼성조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에 선임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각종 결정에 책임을 지는 등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셈이다. 이 부회장 시대의 삼성은 조직 문화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불필요한 의전이나 허례허식,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의지가 강한 이 부회장은 삼성 조직의 DNA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메기론 설파했던 이건희 회장=미꾸라지를 키우는 논 두 곳 중 한쪽에는 포식자인 메기를 넣고 다른 한쪽은 미꾸라지만 놔두면 어느 쪽 미꾸라지가 더 잘 자랄까. 메기를 넣은 논의 미꾸라지들이 더 통통하게 살찐다.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운동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끌던 삼성그룹의 조직 문화를 대표하는 ‘메기론’이다.

이 회장은 적재적소에 뛰어난 인물을 배치해 조직을 관리했다. 직원들은 지시를 철저하게 이행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덕분이다.


이 회장은 1등 기업을 위해 필요한 각종 철학을 설파했고 조직은 이를 철저히 따랐다. 개구리 눈이 머리에 달린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며 뒤까지 볼 수 있도록 창조 혹은 진화된 것이라는 개구리론이나 기러기는 편대비행을 하는데 향도가 맨 앞에 날고 나머지는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데 밤에도 향도만 잘 날면 기러기는 길을 잃지 않는다는 기러기론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삼성의 혁신과 변화는 이처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관련기사



◇조직 문화 열린 혁신 나설듯=
이 부회장 시대의 삼성의 조직 문화는 180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혼자서 손가방 하나만 끌고 출장을 다니고 과도한 의전을 금지하고 있다. 임원 회의 때 자신을 향해 사장단이 줄줄이 일어나 인사하면 “제발 좀 앉아 계시라”며 불필요한 의전을 극도로 꺼려한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식 조직 문화를 몸으로 보여주며 이식하고 있다.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이 부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삼성의 업무 파트너인 정보기술(IT) 기업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3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삼성’ 선포는 앞으로 달라질 삼성의 조직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업무 생산성 제고△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위주의 혁파를 위해 부장·차장 등의 직급을 CL1~4 4단계로 단순화하고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불필요한 회의를 50% 줄이고 선발형 승격과 성과형 보상체계 도입 추진은 보다 창의적인 업무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문서형식과 꾸미기보다는 내용에 집중하자거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와 경어를 쓰자는 등 삼성전자 내부에서 진행되는 캠페인 역시 삼성의 조직 문화 혁신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진정한 변화 기본은 소통 강화”=전문가들은 삼성 조직 문화에 더 강력한 소통이 더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깔려야 조직 문화도 바뀔 수 있다”며 “성장이 정체되는 대기업 병을 이겨내기 위한 혁신 역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조직 문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앞으로의 경쟁은 상상력과 창의력 싸움이며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변화의 기본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