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조임에... 가계부채 질적 악화 부를 수도

내년 정책 모기지론 공급 줄면

신규 주식담보대출 가운데

은행 혼합형 주담대 비중만 ↑

"가계부채 증가속도 잡으려다

이자상환 부담 더 키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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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론 공급 축소에 돌입하면서 당국의 또 다른 목표인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은 되레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금조달 구조상 자체적으로 10~30년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기 어려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혼합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위주로만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혼합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는 하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5년 뒤로 미뤄놓은 ‘무늬만 고정금리’ 상품에 가깝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6월 말 현재 38.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가계대출 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말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로 설정한 40%에 근접한 수치다.

하지만 은행들이 취급하는 주담대 가운데 확실한 고정금리 대출이라고 할 수 있는 10~30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는 대부분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론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품이다. 적격대출은 예전부터 고정금리 실적으로 분류돼왔으며 u-보금자리론도 올해 1월 취급분부터는 실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주금공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정책 모기지론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총 27조7,000억원 공급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같은 기간 40조7,000억원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정책 모기지론이 고정금리 상품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금공의 정책 모기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고정금리 실적은 각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로만 채워진다. 혼합형 주담대란 5년까지는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그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대출이라도 금리 변동 주기가 5년 이상이면 전액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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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금리 상승기에는 순수 변동금리 대출과 마찬가지로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5년 후에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다른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지만 5년 후 상승된 금리는 고스란히 반영돼야 한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어 올해 7월 ‘최근 가계부채 동향’ 발표에서 금리혼합형 대출 등의 리스크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금공의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가 줄어드는 부분을 은행이 다른 장기 상품으로 대체하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행들이 대부분 1~2년 만기의 단기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 이자를 받아 자금흐름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정책 모기지 공급이 줄어들 경우 신규 주담대 중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비중만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은 되레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기 위해 정책 모기지를 줄이는 것이 중장기 관점으로 볼 때 ‘악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자금조달 구조상 장기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금리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장기 고정금리는 주금공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해주는 현재의 구조를 통해 더욱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금공은 적격대출 중단에 따른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연말까지 적격대출에 2조원을 추가 배정했다고 밝혔다. 적격대출 한도를 배정받은 곳은 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SC·씨티·수협·부산·경남·대구·광주은행과 교보·흥국생명 등 14곳이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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