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빅5’ 건설사조차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 역시 중도금을 대출해 주겠다는 시중은행(제1금융권)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건설사들의 1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빅5조차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도금 납부 과정에서 계약해지 증가 등 분양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 중 한 곳인 A건설은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으로 새마을금고를 지정했다. 단지 규모가 3,000가구 이상으로 대단지인데다 청약경쟁률이 최고 100대1을 넘겼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꺼리면서 자체 보증으로 제2금융권에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계약 전이라 정확한 대출 금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3% 중반대로 예상돼 제1금융권 대출 금리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인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도 높은데다 청약까지 잘된 현장인데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에 난색을 보여 제2금융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지만 당첨자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아직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까지 계약기간이던 대림산업의 ‘의정부 e편한세상 추동공원’, 대우건설과 현대건설·SK건설이 함께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에도 24일 현재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다음달 1일 계약이 시작되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태전 2차’ 역시 중도금 대출을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시중은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1차 중도금 납부시한까지는 4~5개월 정도 남아 그때까지는 대출기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전에는 청약접수 이전에 대부분 대출기관을 선정했지만 최근에는 납부 1개월을 남기고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말까지 추가로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달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접촉하는 은행마다 올해는 (중도금 대출을 위한) 여신이 없다고 말한다”며 “흥행이 보장된 곳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될 처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건설사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끝내 받지 못할 경우 계약자들이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져도 소비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데다 개인대출을 이용할 경우 건설사가 제공하는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와 같은 금융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사례가 없어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는 집단대출을 알선해 진행하는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