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영란법 시행 한 달]서울 양재동 화훼단지 매출 '반토막'...눈물의 강제 폭탄세일 중

꽃 가격 법 시행 전보다 큰폭 하락

"법취지 공감하지만 화훼업계 살릴 현실적 금액 수정해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달 만인 27일 서울 양재동 꽃시장의 한농원에 ‘폭탄세일!’이라는 글귀가 적힌 리본이 기둥에 매달려 있다./박우인기자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달 만인 27일 서울 양재동 꽃시장의 한농원에 ‘폭탄세일!’이라는 글귀가 적힌 리본이 기둥에 매달려 있다./박우인기자




‘폭탄세일! 이전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 만인 27일 찾은 서울 양재동 꽃시장의 A농원에 매달려있는 리본에 쓰인 글귀다.


A 농원을 운영하는 김순자(46·가명)씨가 폭탄세일을 하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꽃 거래가 줄고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10만원이 넘으면 법 위반이 돼 하는 수 없이 50% 이상 세일을 해서 5만원 이하로 꽃을 팔고 있는데도 이마저도 안 팔린다”며 “몇십 년 동안 이곳에서 터를 잡아 확실한 거래처가 있는 곳 빼고는 우리 같은 신규 창업자들은 폭탄세일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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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이후 화훼가격은 강제 폭탄세일 중이다. 양재동 화훼단지에서 생화의 일종인 덴파레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개당 7,000~8,000원에 팔렸지만, 법 시행 이후 개당 2,000원에 팔리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꽃을 주문받아도 상인들은 안심할 수 없다. 값이 폭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선물용 화훼가격이 대부분 10만원을 넘어 꽃을 받는 사람이 법 위반을 우려해 돌려보내는 반품사례가 빈번해서다.

B 농원을 운영하는 함모(55)씨가 기록하고 있는 10월 매출 장부에는 유독 ‘X’자 표시가 많았다. ‘X’자 표시는 주문을 받았다가 취소된 것을 표시해 둔 것이라고 한다. 함씨는 “꽃을 받는 사람이 5만원이 넘을 거로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돌려보낸다”며 “배송비만 날리고 반품된 꽃은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화훼농가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10월 1일부터 24일까지 거래금액이 전년동기 대비 난류는 29%, 관엽류는 10% 감소했다. 다만 가지째 꺾은 꽃인 절화류는 19% 거래금액이 증가했는데 이는 올여름 극심한 가마솥더위에 꽃 생산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백합(164%), 카네이션(45%), 국화(27%)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난이나 관엽류는 가격이 10만원을 넘어 소비자들이 법 위반을 꺼려 찾지 않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백합, 카네이션마저 가격이 상승해 소비가 계속 줄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4일까지 화훼공판장 꽃 거래액은 60억 1700만원으로 법 시행 이전인 9월 77억원과 비교했을 때 22.1% 감소했다. 한국화훼협회 관계자는 “폭염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농가들은 현재 종잣값도 건질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이라며 “법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에 맞게 금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현재까지 의정부지법, 서울남부지법, 춘천지법 등에서 각 1건씩 총 3건의 김영란법 위반 사례에 대한 과태료 재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란법 위반으로 형사사건이 접수된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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