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9~30일 사이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최순실 씨가 전격 귀국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청와대가 위기 탈출을 위해 어떤 ‘출구전략’을 가동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아울러 이같은 ‘출구전략설(說)’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위기 탈출용이 아닌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청와대 출구전략설이 나온 배경은 최순실 씨의 전격적인 귀국이 검찰 및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과연 이뤄질 수 있었겠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최순실 씨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이 대단히 악화된데다 신경쇠약까지 겹쳐 비행기를 탈 수 없다며 귀국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소재지 역시 독일인지 덴마크인지 설이 분분한 상태였다. 그런데 영국을 출발해 30일 아침 갑작스럽게 입국한 것은 권력 기관의 ‘관리’ 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의 사무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또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검찰이 청와대와 기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수사의지를 나타내지 않을 경우 검찰 조직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사전에 조율된 밀고 당기기를 연출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대부분 청와대 직원이 혼란에 빠져있는데 누가 무슨 전략을 짜서 뭘 실행하냐”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획설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들어와 청와대가 요구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고 맞선 것 외에 다른 추측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특히 최순실 씨의 입국에 검찰 직원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점, 그리고 입국과 동시에 수사하지 않고 하루 말미를 줬다는 부분도 상식적이지 않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체 누가 관련된 증인들의 귀국 및 출석을 조율하고 있는가. 국가기관이 일부 관여한 게 아니냐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씨 귀국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를 아예 ‘수사 쇼’로 규정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과연 누구의 지시인가. 대통령이 은폐를 작심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을 일”이라며 “박 대통령은 매일 국민 앞에 나서서 모든 상황을 밝혀야 하며 이 충고마저 거절하면 국민과 함께 결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청와대가 위기 탈출 및 리더십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은 지난 28일 저녁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지시하고 참모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그 다음 스텝으로 내각 개편을 단행하고 최순실 씨에 대한 명확한 처리 방침을 밝히며 국정 지도력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최순실 씨 귀국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정치권의 기존 전망 또한 모두 흐트러졌다.
정치권은 청와대의 출구전략이 어떤 그림이든 그 내용에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야만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흐트러진 국정 전반을 남은 임기 동안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갈공명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기획과 전략으로는 이번 위기를 못 넘어갈 것”이라면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찰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