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금융시장과 프로페셔널 인테그리티

권민수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





미국 사회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소개할 때 흔히 ‘인테그리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맨 오브 인테그리티’는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에서 인테그리티는 그 사람의 ‘인품’ ‘양심’ ‘도덕관’ ‘윤리관’을 뜻한다.


최근 필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은행을 포함한 16개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글로벌 외환시장 행동규범’ 제정 작업에 참여하면서 인테그리티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이미 각국은 자국 외환시장 사정에 맞는 외환 관련 법규를 갖추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한 주요 금융 중심지인 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싱가포르·도쿄·홍콩·호주 등의 외환시장에는 오래전부터 자체적 행동규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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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에 글로벌 외환시장 행동규범을 새로 만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2007~2013년 런던 외환시장에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기밀정보를 공유하고 환율을 담합해 부당이익을 챙겨온 유로·달러화 고시환율 조작 사건 때문이다. 이 사실은 2013년 6월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고 이후 각국 규제당국의 조사와 관련 소송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런던 시장 환율조작 사건은 금융시장이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건 외에도 2012년에는 글로벌 IB들이 리보 금리를 조작한 사건이 밝혀졌으며 최근에는 도이치은행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불완전 판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약품 주가조작과 관련해 조사가 이뤄지는 등 외환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은 파생상품의 발전 등으로 채권·주식·외환 등 각 시장 간 연계성이 높아진데다 전통적 금융상품 외에 부동산·원자재 등도 금융상품화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금융상품이 개발되고 금융시장이 전문화되더라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참가자들의 양심과 윤리의식이다. 글로벌 외환시장 행동규범의 첫 번째 기본원칙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공정성과 청렴성(integrity)을 제고하기 위해 윤리적이며 전문가적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행동규범 마련을 계기로 외환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전문성뿐 아니라 윤리의식까지 아우르는 온전한 전문가의 덕목인 ‘프로페셔널 인테그리티’를 되새겨보기를 기대해본다.권민수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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