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폭스바겐 고객 전용’ 할인 정책을 시행한다. 미국 법원이 폭스바겐 보상 합의안을 승인하면서 차량 교체에 나선 기존 폭스바겐 고객을 현대차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인데 글로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정밀 마케팅’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프렌즈&패밀리 플러스(Friends&Family Plus)라는 프로모션을 폭스바겐 차량을 보유한 고객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특정 브랜드 고객을 겨냥한 할인 정책을 펼치는 셈이다.
이번 프로모션은 폭스바겐 2.0 디젤엔진 차량을 소유하거나 소유했던 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법원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된 폭스바겐의 제시안을 받아들였다. 합의안에 따라 2.0 디젤엔진이 장착된 차량 소유주 47만5,000명은 5,100~1만달러를 현금으로 보상 받게 된다. 총 보상 비용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수준이다. 또 이번 합의안에 따라 폭스바겐 고객들은 구매했던 차량을 폭스바겐에 되팔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특정 브랜드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는 사례지만 폭스바겐은 기존 고객 흡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간 글로벌 판매 800만대 달성이 힘겨운 상황에서 나온 위기 극복 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수입차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 정책이 존재한다. 수입차 보유 고객이 현대차를 구매할 경우 50만원을 깎아주는 식이다. 이 밖에도 군인·학생 할인 등 다양한 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특정 브랜드를 꼽아 할인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한 요인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성장세가 꺾이는 등 구매 수요가 줄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SUV 성장률이 최근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2·4분기 이후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업체 간 치열한 경쟁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9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58만7,688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57만8,190대)보다 1.6% 판매량이 늘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월 4.9%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 4.6%로 감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