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최순실 게이트] 역대 두 번째 '거국중립내각' 탄생할까...셈법 달라 첩첩산중

선거만 관리하던 92년 '현승종 내각' 과는 사정달라

朴 대통령 남은 임기동안 사실상 국정전반 책임져야

본격 인선작업 들어가더라도 여야 합의 쉽지않을 듯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1992년 이래 역사상 두 번째 여야 중립내각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립내각에 부정적이었던 새누리당 친박계가 입장을 바꾸면서 걸림돌 하나는 넘었지만 청와대의 반대와 구성 과정에서의 진통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그동안 야권과 비박계에서 주장해온 방안이다. 이는 여야 협의로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반면 여권 핵심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맞서왔다. 청와대에서도 책임총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선도적·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해나갈 것”이라며 “책임총리 가지고 뭐가 될 수 있겠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임총리만으로는 현재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파문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중립내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역대 거국중립내각이 운영됐던 사례는 1992년 10월 출범한 ‘현승종 내각’이 있다. 노태우 정권 당시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가 관권 부정선거를 폭로해 민심이 악화되자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가 중립내각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림대 총장이었던 현승종 총리를 중심으로 중립내각이 출범했다. 하지만 12월에 예정된 15대 대선을 앞두고 탄생한 ‘두 달짜리 내각’이었기 때문에 대선을 1년2개월가량이나 남겨두고 있는 현재와는 다른 상황이다.


새롭게 탄생할 중립내각은 단순한 선거관리 역할을 넘어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청와대를 대신해 국정을 사실상 이끄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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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여야 간 정치셈법에 따라 논의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언급했는데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추 대표는 “헌법상의 권리를 사교 교주 최순실에게 헌납해온 지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오물 같은 그런 데다 다시 집을 짓는다 한들 지어지겠나”라며 “중요한 것은 거국중립내각 운운하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먼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여야 합의로 총리를 임명한 뒤 박 대통령의 권한도 내각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희망 시국강연회’를 갖고 “여야가 합의하는 총리를 임명하고 권한을 모두 위임해야 한다”며 “외교까지도 총리와 내각으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합의에 이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정 관권선거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일부 부처를 중립내각으로 임명한 1992년 현승종 내각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부처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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