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을 돌볼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돼 버린 상황”이라며 “거국내각 등 근본적인 수습이 없으면 파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역을 참배한 박 시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와 관련 “근본적으로 공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고백하고 스스로 거국내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함께 이 난국을 수습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참으로 많은 국민이 지금 절망과 분노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참배객들을 오게 하는 것 같다”며 “평소에 자주 와서 못 뵙기 때문에 울산과 창원을 가는 길에 찾았다”고 묘역 참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경남 방문이 대권행보라는 질문에 “서울시장으로서 서울 시정을 잘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현재 혼란과 공백 상황 속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비켜갔다.
박 시장은 이날 묘역을 찾은 참배객들에게 최근 정국을 겨냥하며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나라를 정상의 나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시라”고 인사했다.
박 시장은 이날 묘역 방명록에 “반칙과 특권의 세상, 국민권력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썼다.
권 여사를 예방한 뒤 취재진을 만난 박 시장은 “(권 여사께서) 현 시국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고 농촌과 농민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박 시장 일행은 이어 이승만 자유당 독재 정권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민주화 운동 성지인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국립 3·15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박 시장은 오는 31일 오전 낙동강 하류인 창녕함안보를 방문해 어민간담회를 열고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안상수 창원시장 등을 만날 계획이다.
오후에는 창원대 종합교육관에서 ‘시대정신과 시민주권’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