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바나나 공화국



“여기는 미합중국이지 ‘바나나 공화국’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9월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치권의 대타협을 촉구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의 삭감 여부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인 시점이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하면서 결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중단되는 셧다운에 들어갔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바나나 공화국의 길을 선택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이란 원래 1차 산품 수출에만 의존하는 중남미 등의 저개발 국가를 일컫는 말이다. 작가 오 헨리가 1904년 펴낸 ‘양배추와 임금님’에서 처음 사용해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책임하고 무능한데다 부패까지 만연한 구제 불능의 국가 운영을 빗대는 말로 많이 쓰인다. 한마디로 정치가 중심을 잡지 못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말한다. 얼마 전 아이슬란드 시민들이 총리 사임을 촉구하며 바나나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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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바나나 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공언하자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있을 법한 협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가 ‘바나나 공화당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가 하면 누가 승리해도 정치 혼란에 따른 국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은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다”라며 한껏 약을 올리기도 했다. 하긴 요즘 돌아가는 나라 꼴을 보노라면 우리도 이런 논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조롱거리인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모두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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