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활력 잃은 증시...달러강세 지속에 더 힘 빠지나

외국인 환차손 우려 순매도 확대 가능성 높아

과거 환율 상승 시기에도 코스피 하락세 주도

"조선·철강 등 수출주 위주로 투자 전략 짜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며 최근의 달러 강세가 가뜩이나 활기를 잃은 국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환차손 우려 확대→외국인 순매도→지수 하락’의 악순환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주요 글로벌 이벤트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때마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며 지수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확률은 종전의 50%에서 70%로 상승했다. 시장이 이제는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셈이다. 28일(미국시간) 발표된 3·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2.9%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점은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7월 1.43%까지 하락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859%까지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 역시 98.879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증시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특히 지속적인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단기적 강세를 보일 때에는 싼값에 국내 주식을 매입할 수 있어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외국인들이 국내 원화 투자자산을 팔아 달러로 바꿀 때 지속적인 달러 강세는 상당한 환차손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은 환차손 방지를 위해 순매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하며 ‘버냉키 쇼크’가 발생한 2013년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원·달러 환율은 1,132원에서 1,165원으로 3% 가까이 뛰었고 코스피도 2,000선이 깨지며 이후 1,800~1,900선 사이의 좁은 박스권으로 내려앉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5조4,901억원의 국내 주식을 팔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강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요즘처럼 수급을 외국인이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수급에 부담을 줘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달러 강세는 수출 대기업 효과보다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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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달러 강세가 연초처럼 신흥국 증시를 불안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0월 선진국 증시가 전월에 비해 1.4% 하락했지만 신흥국은 오히려 1% 가까이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흥국 시장의 불안을 부추긴 중국의 거시경제의 위험이 하반기 들어 구조조정, 부실기업 퇴출 및 관리 등으로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다. 토머스 플러리 UBS자산운용 외환전략 대표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은 내년 금리 인상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에 오히려 안정적인 이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철강·화학·반도체·전자 등의 수출 주도주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권했다.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현대차·기아차·삼성전자·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OCI·현대글로비스·롯데케미칼·LG화학·세아베스틸 등을 달러 강세 시장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또 영원무역·한세실업처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의류를 수출하고 결제를 달러로 하는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따라 영업 이익이 개선되는 수출주에 관심을 가지되 순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종목은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우·박준호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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