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靑, 후임인선 없이 다급하게 사표수리 발표…압수수색 '물타기용'해석도

최재경 신임민정수석 '7인회' 최병렬 조카..

靑, 실시간 대응카드 내미는 중

실장 인선안 빠진 이번 인사도

야 '짜고치기' 의혹 제기와

여 거국내각 요구의 대응으로 해석

우병우 못지 않은 '충성도' 나타낼 듯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야당의 ‘짜고 치기 수사’ 의혹 제기,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요구 등에 대한 대응 카드로 해석된다. 특히 후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도 마치지 못한 채 서둘러 일부 참모를 대상으로 한 사표 선별수리 사실을 먼저 발표한 것은 청와대의 사정이 그만큼 다급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주 월요일 박 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한 후 청와대의 모든 발표는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한 ‘실시간 대응 카드’였다. 마치 핑퐁게임과 같이 청와대와 정치권·언론 사이에 카드와 대응 카드가 오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청와대 사무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청와대 측은 ‘국가보안시설’임을 들어 문 열어주기를 거부하고 “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고 버텼다.

그러나 이날 오후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비서관 등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더 이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가 국가보안시설임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는데 ‘더 이상 수사 대상의 사무실이 아닌’ 곳을 압수수색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사표 수리 발표가 이 같은 사정까지 감안해 시급히 이뤄진 것이라고 야권 일각은 보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핵심 관심사항은 검찰 수사 대상인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대통령 주변에서 ‘인(人)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의심받아온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경질 여부였다. 그리고 인사 발표 결과 각계의 예상대로 이들의 사표가 수리됐다.


그러나 신임 비서실장 인선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에 대한 사표 수리부터 발표된 것은 뭔가 모양이 이상하다. 아무리 비상시국이라고 해도 비서실장을 비롯한 후임 인사 내용이 발표되는 게 자연스럽다. 특히 여야는 박 대통령이 어떤 후임자를 인선하느냐에 자신과 국정 시스템 쇄신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고 이를 주목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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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후임자는 최재경 민정수석과 배성례 홍보수석 단 두 명이다. 이들 중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인 최재경 수석에 관심이 모인다.

최재경 수석은 야권으로부터는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에는 늘 ‘이명박’ ‘BBK’ ‘노무현’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닌다.

최재경 수석은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도곡동 땅 실소유자 의혹 및 BBK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듬해에는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관련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최재경 수석은 이후에도 검찰 내에서 승승장구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사표를 냈다. 당시 인천지검장이던 최재경 수석은 유병언이 별장 내부의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이를 몰라 신병 확보에 실패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

최재경 수석은 개인적으로도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고등학교(대구고)를 나왔고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기도 하다. 최병렬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원로그룹인 ‘7인회’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전후 맥락에 따라 최재경 수석은 우병우 전임 수석 못지않은 충성도를 보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시시각각 나오는 청와대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에 대한 반전 카드를 만드는 일을 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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