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리더여, 쓴소리 듣길 즐겨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 35 > 어떤 황제의 인사

바른말에 화내면 아첨꾼 들끓어

쓴소리, 불편하지만 진실 담겨

전문가 비판 귀기울여 들어야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 자리에는 그 사람이 최적임자라고 생각하옵니다.” 황제가 측근에게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천거하라고 하니까 재상이 하는 말이다. “아니 그 사람은 그대의 최대 정적이 아닌가? 어떻게 원수를 추천할 수 있단 말이오!” 화들짝 놀란 황제의 말이다.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그 자리에 그 사람보다 더 능력 있고 적성에 맞는 자는 없습니다.” 황제는 그 충심에 깊이 감동하면서 재상을 신임하게 된다. 그 다음번에 또 다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천거하라고 하니까 그 재상은 이번에는 자기 아들을 천거한다. 당연히 신임을 얻은 재상의 천거니까 황제는 두말없이 받아들인다. 2500년 전 중국의 철학자 한비자가 예를 들고 있는 고사다.


여러분이 그 황제라면 두 번째 추천도 아무 소리 없이 받아들이겠는가? 사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신임을 한 번 얻으면 계속 권력을 갖고 놀 수 있게 된다. 호랑이를 뒤에 세우고 여우가 앞에 가니 다들 벌벌 기는 것 아니겠는가. 그 재상이 만약에 자기 아들을 먼저 추천했더라면 황제는 그를 그토록 신임했을까.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한 사람의 말만 듣고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떤 사람이 믿음직스러워도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권력의 행사는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황제조차도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조직에서 분란이 일어나면 그 책임의 80%는 리더에게 있다. 리더가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절대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왜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종종 쓴소리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서 끊임없이 트집 잡는 불평불만 분자가 있으면 그를 가까이하라. 그가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그 소리가 쓰게 들리면 일단 심각하게 받아들여라. 왜? 쓴소리가 쓴 이유는 그것이 불편하지만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군주는 절대 아첨꾼에 둘러싸여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첨꾼에 둘러싸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리더 자신에게 있다. 리더가 화를 버럭 내면 다들 아첨꾼으로 변한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자신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있는 대로 화를 내면 그 다음부터 누가 바른 말을 하겠는가. 다들 알아서 설설 긴다. 인간의 심리를 누구보다도 꿰뚫어보고, 권력의 속성을 훤하게 알고 있었던 철학자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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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에서 아군은 패배했습니다.” 전투 패배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를 페르시아 왕은 가차 없이 목을 쳤다. 승전보가 아니라 패전보를 알리는 것은 이제 메신저들 사이에 저승사자를 자처하는 일이 됐다. 당연히 들려 오는 소식은 승전보만 거듭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쟁에서 패망한다. 반면에 패장을 절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는 로마는 결국 세계를 제패한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나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메신저를 환대하라. 나쁜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에게 마치 “그 나쁜 짓을 너가 그랬지!”라는 식으로 뒤집어씌우기 시작하면 다들 아첨만 하게 된다.

한 스리스타 장군이 예하부대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투스타의 잘못을 마구 질책한다. 그 투스타 장군의 부하들이 다 보는 앞에서였다. 일단 이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부하의 부하가 보는 앞에서 그 부하를 야단치는 것은 상관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투스타의 부관이 이야기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까, 스리스타가 뭔가 잘못 알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투스타 부관은 듣다 듣다가 스리스타가 지적하는 내용이 오류라고 말한다. 그 부관은 어떻게 됐을까. 스리스타가 기억해뒀다가 그 부관을 나중에 승진시킨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2차 세계 대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직을 걸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쓴소리를 즐겨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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