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현지시간) 펀드 리서치 회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과 펜션앤드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500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총자산이 전년 대비 1조4,000억달러 줄어든 76조7,0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총자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국부펀드·연기금 등 대형 고객들의 이탈이 운용자산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 저유가에 시달리던 주요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65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펀드에서 인출했다. 또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사업 재검토에 나선 대형 고객들이 자산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직접 운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3위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교직원퇴직연금의 잭 에네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산위탁운용 규모를 40%까지 줄일 계획이라며 200억달러를 내부 운용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산운용사에 맡기면 수수료로 10달러를 준다면 내부로 돌리면 1달러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적별로 보면 미국계보다 유럽계 자산운용사들에서 더 많은 자금 이탈이 이뤄졌다. 미국계 펀드들의 운용자산이 지난해 44조달러로 1.1%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 유럽계 자산은 25조1,000억달러로 3.3%나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10대 자산운용사도 독일의 알리안츠와 프랑스의 악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계 회사들이 차지했다. 자산운용 규모 세계 1위는 총 4조6,454억달러를 움직이는 미국계 블랙록이었으며 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사 자산 집중 현상이 심화돼 상위 20개사의 점유율이 2014년 41.6%에서 지난해 41.9%로 올라갔다. 상위 20개사의 운용자산도 1년 새 4,000억달러가 빠져나가 32조1,00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하위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 자금 이탈 규모가 작았다.
영국 주식중개 업체인 누미스의 데이비드 매캔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자산운용 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불행히도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저성장이 업계의 합종연횡을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