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회동은 전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국내각에 대한 야권의 거부에 반발해 회담이 결렬된 후 야당끼리만 하기로 하면서 재추진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회담 결렬 후 “거국중립내각 등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는데도 거부하는 것은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자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따라서 이날 야 3당 회동은 정 원내대표나 새누리당의 지적에 제대로 된 반박이나 국정 혼란을 수습할 대안을 제시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31일 “박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의 국권과 국헌을 사교(邪敎)에 봉헌했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격에 맞지 않는 막말을 쏟아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만이 해법”이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촉구했다. 결국 야권의 속내는 분명해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통령선거를 앞당기는 것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그간 내부 개혁을 추진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 차원이라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박 대통령 퇴진 후 벌어질 정치·사회적 혼란상에 대한 대비책도 같이 제시해야 옳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야권의 이날 합의는 이번 사태를 ‘진상규명’이라는 미명하에 내년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겠다는 정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당과 더불어 국정을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축인 야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