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원격 조종해 환자 몸속에서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로봇(10억분의1m급 크기의 초미세 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외과수술 없이도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성균관대 박재형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팀이 이런 나노로봇을 제작해 생쥐 실험에서 종양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차세대 비(非)수술 암 치료법으로 ‘광역동치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빛을 받으면 항암 기능이 발동하는 화학물질을 환자 몸에 주입하고 빛을 쬐어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광역동치료는 암 퇴치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빛이 닿을 수 있는 부위에서만 효력이 생겨 몸 깊숙한 곳에 있는 간·췌장·신장암 등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박 교수팀은 초음파에 반응해 암을 치료하는 금·티타늄 재질의 나노로봇을 만들었다. 초음파는 침투력이 강해 몸 안 곳곳에 닿기 때문에 어떤 부위에서든 로봇을 움직여 종양을 퇴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나노로봇은 초음파가 닿으면 폭발적으로 ‘활성산소종’이라는 분자를 발생시켜 주변 암세포를 죽게 한다.
박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도 해칠 위험이 있었지만 이번 나노로봇은 정확하게 암을 선별해 공격할 수 있어 환자가 겪을 부작용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나노레터 이달 12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