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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한국 혼자 통일 못해…주변국 도움 받아야"

2일 연합뉴스의 질문에 답하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연합뉴스2일 연합뉴스의 질문에 답하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연합뉴스




“한반도 통일은 한국 혼자 할 수 없기에 주변국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북한을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73) 전 폴란드 대통령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 학술 포럼 참석차 방한한 바웬사 전 대통령은 “중국에 좀 더 신경을 써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2월 방한 이후 10여년 만에 한국을 찾은 바웬사 전 대통령은 “(당시) 다음에 한국을 방문한다면 통일된 한국에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나라가 여전히 분단국가인 것은 굉장히 아쉽다”며 “통일을 향한 목표가 부수적인 문제들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 등의 해법에 대해 인권의 ‘절대적 보편성’을 강조하는 서구식 해법의 한계를 지적한 뒤 “북한에서 반체제 사상가가 나타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영웅으로 보이고 싶은지, 정말 어떤 일을 해내고 싶은지의 차이”라며 느리더라도 실질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숨겨진 영웅’이 북한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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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만약 정직한 정치가 한국에서도 이뤄졌다면 통일은 아마도 벌써 달성됐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게, 솔직하지 않게 싸우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자동차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1970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한 바웬사 전 대통령은 동서 냉전 와중인 1980년대에 동구권 최초의 합법 노조인 ‘자유연대노조’를 조직해 투쟁을 이끌며 조국 폴란드를 넘어 동유럽 전체 민주화의 초석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는 1990년 폴란드 대통령에 선출되며 인생의 최정점에 올라섰지만 1995년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 국제 평화운동에 몸담아왔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조국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데 공헌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종교(가톨릭)와 관련된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사회주의 체제를 이겨냈다”며 “이런 신앙심과 영적인 부분이 어찌 보면 무력을 이겨내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활동 목표에 대해 “재단(바웬사재단)을 통해 세계와 유럽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유럽은 과거 서로에 대한 나쁜 행동으로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더는 그런 행동으로는 세계 평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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