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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번째스물' 김승우① " 첫사랑이 20대로 돌아가게 만들었죠"

20대에 불같이 사랑하던 남녀가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아무도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할 곳에서 7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하고, 여자는 이를 받아들인다.

‘두 번째 스물’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논하기 전에 ‘첫사랑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의 오해로 헤어진 옛 연인이 여행을 통해 가슴 한켠에 쌓아놓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 연기에 편안함이 묻어나는 배우 김승우는 힘을 빼고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


Q. 처음에는 섭외를 거절했다고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과 인간 김승우의 충돌이 있었어요. ‘저래서는 안되지’라는 의식 때문에 거절했다가 3년이 지난 뒤 설득당했죠. 다시 한 번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해보며 ‘첫사랑을 만났던 시기로 돌아간 두 번째 스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20대의 활발함, 대책없는 사랑을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Q. 처음 시나리오에는 베드신 수위도 상당했다고.



시나리오 상에는 적나라한 대사와 노출이 많았죠. 그건 말로 못 옮기고. 베드신도 강도가 상당히 세기 때문에 여배우 캐스팅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3년간 많이 순화시켜서 지금의 영화가 된거죠.

Q. 극중 민구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연인’ 캐릭터를 중화시킨 느낌이었다.

그럴수도 있겠네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했다고 해서 멜로에 중점을 두고 캐스팅 했구나 생각했거든요. 제작보고회에서 “찌질함 때문에 캐스팅했다”는 말을 듣고 의문스러웠는데 이제 이해가 가네요. (시키는대로 다 하고, 끌려다니고) 그러네, 그랬나봐요.

Q. 10여년 만에 만난 옛 연인에게 함께 여행하자는 제의는 뜻밖이다.

남자는 여행이 계획돼 있었고, 낯선 여행지가 주는 설렘과 첫사랑을 만났다는 설렘이 같이 반응한 것 아닐까요. 감독님께서 주장하는건 ‘대책없는 20대 연인의 모습’이었는데 잘 나타난 것 같아요. 40대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도 져야하고 계산도 해야하지만, 20대에는 그런게 없잖아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


Q. 여행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감정은.



나이가 40이 넘어도 행동은 20대와 같은거죠. 낯선 곳에서 만났을 때 이미 두 사람은 그 당시로 돌아간거에요. 둘만의 여행은 그런 시각으로 보면 좋을거에요. 왜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옛날 얘기 하면서 티격태격하는게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Q. 두 주인공이 말로 풀어내는 이별 의 결정적인 순간 ‘오해’에 대한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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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오해 때문에 결혼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것을 지금 알았을 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표정으로 드러나요. 감독님께서는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 다 결혼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민하는 삶을 개척정신으로 사는 여자에요. 결혼해야 하는 시기에 오래 사귄 친구와 헤어지고 부모가 원하는 남자와 결혼했죠. 그 남자는 아이가 있고. 그런 면에서 보면 민하가 사랑했던 남자는 민구밖에 없잖아요. 민구 역시 민하의 집안이나 상황 때문에 포기하고 결국 편안한 여자와 결혼했던 것 같고. 서로가 차였다고 생각했는게 결과적으로 오해란 것을 알게됐을 때 충격은 상당할거에요.

Q. 두 사람이 결혼했다면 잘 살았을까.



이태란씨는 잘 살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우유부단한 민구와는 다르게 민하는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니만큼 잘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부관계도 누군가가 끌고 가야지만 잘 지내게 되잖아요. 민구가 끌려다니며 잘 살거에요. 물론 생각만 그렇고 모르지 뭐, 그건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승우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


Q. 여행의 마지막에 다다라 카라바조의 그림 ‘세례자 요한의 참수’ 앞에서 속죄를 논한다.



여기서 말하는 속죄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윤리적이지 못한 내 행동에 대한 속죄. 이유와 상황이 어쨌든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누누이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래서는 안되죠. 내가하면 로맨스가 어딨어 불륜은 불륜이지.

Q. 이탈리아에서의 촉박한 촬영은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



촬영순서가 영화의 흐름과 거의 같았어요. 그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죠. 그래서 많은 이동이 있었고, 배우들에게 휴식시간이 그렇게 많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너무 고생한 기억이 많아서 이제 이탈리아는 안가려고요.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피렌체? 거긴 한식당이 있으니까….

Q. 어려운 대사도 많고 외워야 할 낯선 이름, 미술작품도 많았다.



대사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예술영화처럼 원신 원컷트로 찍은 장면들이 많아서 힘든 부분이 있었죠. 저야 극중 인물처럼 어느정도의 지식만 갖추면 되지만, 상대역인 이태란씨가 큐레이터급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많이 고생했어요. 평소에 안하던 대사들, 입에 올리지 않던 인물을 외우는 것은 물론 설명까지 해야 했잖아요.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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