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美 오스틴에 1조 투자…'시스템 반도체 석권' 잰걸음

"최종 목표는 IoT·AI 핵심칩 개발·생산"

英 AI 스타트업 그래프코어에 전략적 투자 단행

모바일 AP 파운드리 수주놓고 인텔등과 경쟁 예고



3·4분기부터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새로운 파운드리(수탁생산)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컴퓨터용 그래픽카드(GPU) 분야의 강자인 엔비디아가 AMD 등 경쟁자를 꺾기 위해 내년 차세대 GPU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S2)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엔비디아와 새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2일자 1·13면 참조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도로 복잡한 회로를 기반으로 삼아 컴퓨터·스마트폰·TV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각종 기기의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는 삼성전자에 꿈으로 남아 있었다.


시스템반도체는 약 3,500억달러(402조원)에 달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중반 미국 DEC가 만든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면서 시스템반도체 개발·제조 노하우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어 2000년대부터는 인텔의 지배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기업인 ARM의 반도체 기초설계를 연구해 응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개발진이 ARM의 기초설계를 뜯어보고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고자 초청강연, 집중 스터디를 진행한 게 벌써 십수년”이라며 “엑시노스 같은 삼성전자의 독자 시스템반도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실을 다진 삼성전자는 2010년대부터 경기도 기흥 S1공장과 S2공장을 차례로 파운드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강화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시리즈를 자체 개발하고 애플·퀄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며 외형을 키운 것이다. 최근에는 엔비디아·AMD도 삼성과의 파운드리 계약을 늘리는 추세다.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분기별로 3조원가량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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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단순히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이를 토대로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같은 융복합 신산업에 대응할 핵심 반도체를 자유자재로 개발, 생산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의 생산량을 키우고 현지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2배로 불리는 계획을 확정한 것도 결국 차세대 AI 플랫폼이나 IoT 시장에서 쓰일 칩 개발·생산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영국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그래프코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이 AMD·엔비디아와 협업해 자체 GPU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GPU는 자율주행차에도 응용할 수 있는 핵심 반도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인텔·TSMC 같은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부쩍 강화하며 스프래드트럼을 비롯한 삼성전자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오는 2018년 등장할 애플 아이폰 차기 모델의 모바일 AP 파운드리 수주를 두고 벌써부터 삼성전자와 인텔·TSMC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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