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혼돈의 정국] 눈시울 붉힌 김병준 "총리 권한 100% 행사...거국내각 구성할 것"

'노무현 정신' 부합돼 총리 수락...국정 발목땐 朴 탈당 건의

대통령 주도 개헌 옳지않아...교과서 국정화 합당한지 의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엔 "대통령 권력구조와 보좌에 문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송은석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송은석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책임 총리가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의지를 밝히는 첫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할 때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눈에는 눈물이 어렸다. 야당 반대로 총리 임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과 참여정부의 목표가 미완성에 그쳤다는 참회가 뒤얽힌 표정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야당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면서 정국 돌파 의지를 내보였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설계하고 현재도 정책에 대해서는 야당과 생각이 같은 그를 반대한다면 미련 없이 물러나겠다고도 선언했다. 야당이 사람이 아닌 과정 때문에 반대한다는 점을 뒤집어 사람을 강조함으로써 대안 없는 야당을 압박하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김 후보자의 발언 이후에도 인준을 여전히 반대했지만 김 후보자 자체에 대한 비판은 삼갔다. 국민의 당 관계자는 “당장은 더불어 민주당과 함께 인준 거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안 없는 상황에서 오래 갈 수 없는 전략”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면서 “법에는 총리가 내각 각료의 임명 제청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으며 국정을 통할(統轄)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여야가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이 거부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 동력의 원천이 된다”면서 “여야와 상설 협의 기구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완전하진 않지만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지명되는 과정에서 국회의 추천을 받지 못해 거국중립내각의 첫 단추부터 틀어졌지만 장관 인선에서는 야당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김 후보자가 먼저 거국중립내각 카드를 내건 것은 일부 보수를 제외한 전체 여론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밝힌 견해마다 반대를 나타내고 이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저에 대한 많은 의구심과 비판을 잘 알고 있으며 지명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로 더욱 그런 것 같다”면서 “청와대의 시스템이 일시 무너져 생긴 일이지만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회견 직전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내치를 전부 맡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국정 통할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겠다”면서 “대통령과 (총리직 지명에 대해) 대화할 때도 경제와 사회 정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 맡겨달라고 했고 대통령도 동의하셨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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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그가 총리직을 수락하는 중대한 조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전날 책임총리를 인선했고 이날 고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한광옥 비서실장을 내세웠다. 인선 첫날 말을 아낀 김 후보자는 다음날 임명된 한 비서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밝혔고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직 대통령 수사는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만간 박 대통령이 수사받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뜻대로 국정 운영 방향을 대폭 바꾸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임기 내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개헌은 어디까지나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게 맞으며 임기 중 추진하는 것조차도 국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국정 교과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설치에 대해서도 그는 “교과서의 국정화가 합당하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사드에 대해 (반대하는) 제 생각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에 대한 생각도 박 대통령과 다르다고 소개했다.

다만 그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평소 소신에 따라 정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야당과 결을 달리했다. 박 대통령의 총리제의를 수락한 것이 노무현 정신이냐는 질문에는 “(총리 수락은)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면서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국가와 국정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 여야 정치권 대부분이 박 대통령 개인의 탓으로 돌린 것과 달리 그는 “대통령의 권력구조와 보좌책임 문제에 있다”면서 구조 문제를 짚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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