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정혼란 종식 진정한 해법은 개헌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헌법학

헌법 30년간 사회 변화 못담아

'최순실 게이트' 총체적 난국도

새롭게 정부 구성해 돌파해야





지난 10월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후보 시절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의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면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간간이 거론된 정치권의 개헌 논의도 대통령은 일축했다. 대통령의 개헌 일성에 정치권은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처럼 보였지만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이어지고 논의는 중단됐다. 그렇지만 개헌은 국가와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국가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를 갈망한 국민의 요구로 개정된 헌법이다. 당시 국민은 간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국가 권력이 집중된 옛 헌법을 5년 단임 대통령제로 개정했다. 그러나 제9차 개정 헌법도 여전히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5년 단임 임기로 인한 문제가 있다. 2007년 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바꾸는 소위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했다. 그런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정치권의 외면과 국민의 무관심에 조용히 사라졌다. 그 후 제18대와 제19대 국회는 각각 국회의장의 주도로 개헌 연구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단순히 의견 개진으로 끝났고 개헌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현행 헌법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 규범이면서 최고 규범이다. 헌법이 시대 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개정돼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통일을 준비하고 이뤄야 할 과제가 있다. 또 지방자치의 발전으로 지방 분권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난 10년 가까이 정치권·학계와 시민사회는 개헌 논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런데 최순실 사건으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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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개헌 문제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순실 사건은 모든 국정 현안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야당은 처음과 달리 거국중립내각 구성보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별도의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새 총리를 지명하면서 내치를 맡기고 사태 수습을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책임총리제 도입 또는 이원정부제 형태의 정부 운영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하에서 책임총리제는 실현될 수 없는 제도다.

헌법은 국무총리의 법적 지위를 대통령 보좌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이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데 국무총리의 책임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에 위배된다. 헌법은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정부의 최종 결정권자를 대통령으로 하고 있다. 현실에서 국무총리의 책임하에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책임총리제는 헌법에 없는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위헌적 발상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들이 헌법에도 없는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국민과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다.

최순실 사건으로 빚어진 총체적 난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른 시일 내 개헌을 통해 새롭게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헌 논의가 진행됐다. 개헌은 여야가 정부 형태에 대해서만 합의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개헌은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고 정치적 목적이나 당리당략으로 해서는 안 된다. 개헌보다 더 중요한 국가 과제는 없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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