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부여 왕흥사지 '치미' 공개...1,400년만에 드러낸 화려한 '백제의 美'

국내 출토 '치미' 중 가장 오래돼

연꽃무늬 와당 장식·날카로운 곡선

백제 고유의 사찰 치미양식 대표

중국서 넘어와 신라·일본에 영향

東亞지붕양식 전래과정도 보여줘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퇸 국내 최고(最古)의 ‘치미’의 모습. 상하부 2개가 1벌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퇸 국내 최고(最古)의 ‘치미’의 모습. 상하부 2개가 1벌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백제 위덕왕이 577년 세운 부여 왕흥사지(사적 제427호)에서 출토된 ‘치미’가 국내에 전해지는 최고(最古)의 것으로 확인됐다. 시기는 사찰 건립 무렵인 6세기 중후반, 어림잡아 1,400여년 전으로 추정된다. 치미는 동아시아 전통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식기와로, 용마루 끝에 설치해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한다.

부여 왕흥사지 승방터 남측에서 나온 ‘치미’ 상단부 /사진제공=문화재청부여 왕흥사지 승방터 남측에서 나온 ‘치미’ 상단부 /사진제공=문화재청


부여 왕흥사지 동쪽 승방지 북측에서 나온 ‘치미’ 하단부 /사진제공=문화재청부여 왕흥사지 동쪽 승방지 북측에서 나온 ‘치미’ 하단부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0년부터 진행해 온 왕흥사지에 대한 발굴조사 도중 2014년에 발견한 백제 ‘치미’를 2년 이상 연구·복원해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 공개했다. 왕흥사지는 ‘577년 백제 위덕왕이 죽은 왕자를 위해 세웠다’는 명문이 적힌 사리기와 사리장엄구(보물 제1767호)가 2007년 발견돼 주목받은 곳으로, 목탑 1개와 금당 1개가 중심축을 이루는 왕실 사찰이다. 치미는 이 절의 동쪽 승방터로 판단되는 건물의 남쪽에서 윗부분이, 북쪽에서는 아랫부분이 각각 출토됐다. 상하로 나뉘었지만 용마루 좌우의 치미가 1벌(2개)을 이루며 함께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복원된 왕흥사지 치미는 가장 오래된 치미를 재구성했다는 것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지붕장식 변천과 전래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높이 123㎝, 몸통깊이 74㎝에 폭 60㎝인 치미는 새의 꼬리깃 같은 깃처리 장식이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세로띠 모양의 장식인 종대가 있다. 연꽃무늬 와당으로 장식을 더한 것은 백제 고유의 디자인이며 버선코처럼 아래에서 완만하게 올라가던 곡선이 끝부분에서 극적으로 치밀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부여 왕흥사의 가람 배치 /사진제공=문화재청부여 왕흥사의 가람 배치 /사진제공=문화재청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중국 남북조시대(420~589)와 유사해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경주 황룡사지·부여 부소산 폐사지·익산 미륵사지 치미보다 제작 시기가 이른 것이라 고대 치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배 소장은 “백제 고유의 치미 양식을 대표하면서도 신라 황룡사지 치미에 미친 영향이 분명히 보이고 593년 건립된 일본 사천왕사 치미와도 유사하다”며 “중국에서 전해진 치미가 백제를 거쳐 신라에 전해지고 일본에까지 전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굴 당시 부여 왕흥사지 ‘치미’의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발굴 당시 부여 왕흥사지 ‘치미’의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우리나라의 고대 치미는 357년 명문이 적혀있는 고구려 안악 3호분에 벽화그림으로도 등장한다. 이번 왕흥사지 치미는 시기적으로 부소산 폐사지 치미와 형태상 유사하지만 훨씬 크고 장식적이다. 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치미를 통해 “규모는 크지 않게 조성했어도 화려한 장식적 위엄을 갖춘 백제 사찰 건축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왕흥사지 치미는 가래떡 모양으로 점토 띠를 만들어 쌓아올리는 ‘태쌓기’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복원과정에서 확인됐고 동일한 장인이 같은 시기에 같은 형태로 빚어 구운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백제가 불교의 교리를 건축적·공간적으로 구현했던 것으로 미루어 승려의 거처인 승방의 치미가 일반인의 예배공간인 강당지의 것보다 화려한 것을 통해 승려계급의 지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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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왕흥사지 치미는 오는 29일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해 내년 1월까지 열리는 백제역사유적지구 1주년 기념 대백제전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이 부여 왕흥사지 승방터에서 출토된 백제 ‘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이 부여 왕흥사지 승방터에서 출토된 백제 ‘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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