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전히 국민 마음에 차지 않는 박 대통령의 사과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한 담화에서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도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5일에 이은 두 번째 사과이며 검찰 조사와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점에서는 일정 정도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9분 분량의 이번 담화 역시 이번 사태로 분노하거나 배신감을 느낀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당장 이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5%로 나타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사과의 수준이나 진정성이 국민에게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박 대통령을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한 최근 책임총리 인사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그 해법의 핵심이며 불과 2일 전 ‘책임총리’로 선택한 김병준 후보자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담화는 사과와 특검 수사를 받겠다는 것이 방점이며 추후 영수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로써 될 일이 아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수습의 중요한 전기인 대국민사과에서도 ‘진정성 결여’라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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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 가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책임총리든 새누리당 탈당이든 가시적인 국정수습 조치에 대해 국민에게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마땅하다. 검찰 조사나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았다면 현 시국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정의 최고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맞닥뜨린 국민의 마음은 박 대통령 못지않게 참담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계속적 국정수행은 헌정질서 유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그것이 책임총리가 내치를 맡고 대통령이 외치를 맡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식물대통령’을 의미할지라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이 점을 국민 앞에 다시 밝혀야 한다. 붕괴상태인 국정을 수습하는 유일한 길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제대로 사과하고 수습방안을 설명,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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