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박 대통령, '김병준 카드' 버린다... 거국내각 구성 '단초'되나

야 반발에 한광옥 "지명 철회 여부도 영수회담서 논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이정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이정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영수회담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여부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이정현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 어려운 때에 여야가 대화하는 장을 만들어주십사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비서실장은 “김병준 총리 인준 문제도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절차 문제를 인정하고 모든 문제는 영수회담에서 의제에 구애됨 없이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여야 각 정당의 대표자가 모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여부에 대해서도 “그 문제까지 영수회담에서 하자는 얘기”라며 의제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정 마비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김병준 카드’를 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 김 총리 후보자는 “자진사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혀 왔고, 여권 지도부도 “대통령이 지명했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왔다. 야당의 김 후보자 지명철회 요구를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서울 도심서 2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청와대도 사태인식에 엄중함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비서실장은 지난 6일 오후 “어제(5일) 광화문 광장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위기감을 강한 톤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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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어떤 소통도 어렵다고 보고 청와대가 김 후보자 지명철회를 수용할 수 있다고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야권이 이번주까지 ‘김 총리 후보자 철회와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규모 장외투쟁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더이상 김병준 카드를 고집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준 총리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 △2선 후퇴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수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짓고, 이날 한 실장의 예방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한번 더 설득하고, 김 후보자에 국정 전반을 위임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결국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국회에 총리 후보자를 추천받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내정을 철회할 경우 박 대통령이 내각에 대한 인사권을 완전 포기하는 것으로, 여야를 중심으로 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이 탄력을 받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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