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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려진 시간’ 강동원, ‘멘탈 갑 미소년’의 뚝심과 믿음이 반가운 이유

“매일 매일 뉴스를 체크하는 게 생활입니다. 제 관련 기사 보다는 주로 정치 사회면을 봐요. 시간 있을 땐 연예 스포츠면을 보는데, 메인에 떠있는 걸 주로 봐요. 제 이름을 직접 검색어에 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본인의 평판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배우였다. 연예인이라면 본인의 기사를 수시로 검색할 법도 하건만 그는 정치 사회 기사를 검색하다가 자신의 이름이 보이면 그 때서야 기사를 클릭할 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진=쇼박스/사진=쇼박스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동원은 리뷰 기사의 호불호에 대해서도 연연해하지 않았다.

“평점이나 리뷰에 신경 쓴다기 보다는, 초반 영화 마케팅 방향을 체크하거나, 언론 시사가 끝나고 나오는 반응들을 홍보담당자들이 보내주면 초반에 체크하는 정도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굴러가니까요.”

조곤 조곤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그는 ‘멘탈 갑 미소년’이라고 불러도 될 만했다. 이에 “사소한 데 흔들리는 그런 스타일은 아닙니다. 제가 멘탈이 강한편인가. 그냥 어느 정도 고집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라는 대답을 했다.

그는 인터뷰 현장에도 수수한 차림으로 들어섰다. ‘훅’ 끼치는 남자 향수 냄새가 미소년 배우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느꼈을 뿐. 취재진이 “방금 향수 뿌리고 오셨나요?”라고 질문을 건네자, “현장에 너무 편하게 온 게 아닌가 싶어 좀 전에 차에서 나오면서 향수를 뿌렸다”며 소탈하게 웃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그래서 털털한 강동원과의 인터뷰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사진=쇼박스/사진=쇼박스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이 처음으로 감성 판타지 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2004년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로 데뷔 후 사형수, 간첩, 무사, 초능력자, 도사, 사제, 사기꾼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 온 강동원은 2015년 한국형 엑소시즘 장르의 개척이라는 평가를 받은 ‘검은 사제들’에서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부사제로 분하여 540만 관객을 매료시키고, ‘검사외전’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사기꾼으로 분하여 98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어 돌아온 성민으로 분한다. 영화 속에는 홀로 어른이 된 성민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낯섦과 두려움, 용의자로 의심받고 쫓기는 위태로운 심경.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고 보살펴주는 수린을 통해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 치유의 과정이 담겼다.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지자,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은 “13세 소녀와의 케미는 미소년 강동원이기에 가능하다.”는 것.

영화 ‘가려진 시간’의 주인공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 /사진=쇼박스영화 ‘가려진 시간’의 주인공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 /사진=쇼박스


이에 강동원은 “어쨌든 감독님이 제가 그 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캐스팅을 했을텐데, 미소년 이미지 보다는 남자 어른이 13세 여자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면 유괴범처럼 보이면 안 되지 않나. 그 점이 주효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답했다.

“40~50대 아저씨들이 봐도 오글거리지 않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성민이가 너무 어른이어서도, 너무 아이여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 그 수위를 조절하는 데 신경을 썼어요.”

엄태화 감독은 ‘잉투기’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아직 대중들에겐 낯선 신인 감독이다. 강동원은 “말이 많지 않은 차분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엄태화 감독은 차분하면서도 강단이 있어 보여 좋았다”고 첫 인상을 전했다.

‘가려진 시간’ 대본을 받아든 강동원은 ‘작품은 마음에 드는데, 엄태화란 사람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고민이 됐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검사외전’을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윤종빈 감독의 역할이 컸어요. 물론 윤 감독이 아니었어도 이 작품은 꼭 했을테지만. 그 당시 엄태화 감독의 전작들도 다 찾아봤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내 나이가 30대 중반인데 이렇게 순수한 소년미가 남아있는 캐릭터를 하기엔 좀 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저 보단 더 풋풋한 후배가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함께요.”


‘가려진 시간’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남자를 믿어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엄태화 감독은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 믿음의 기반이 되는 조건 없는 첫사랑의 순수함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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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 바라본 ‘가려진 시간’은 멜로쪽보다는 휴먼에 가까웠다. “불신의 시대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진정한 믿음에 대해서 말하는 있는 영화예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믿음’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많은 사람과 친분을 쌓기 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믿음을 나누고 있다는 강동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딱 보고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장소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사람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누군가를 믿게 되는 계기요? 사람을 보면 뭔가 이 사람은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는 느낌을 갖게 해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잖아요. 자기가 죽으면 죽었지 절대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다는 분이요.”

그의 주변엔 다양한 나이대의 신뢰남들이 있다고 했다. “제 주변에 사람이 많진 않은데, 믿는 분들이 계셔요. 고민거리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답을 알고 있지 않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게 맞을 겁니다. ’라고 말씀해주세요. 중요한 결단 앞에서 그 분들의 말이 절 다시 한번 점검 할 수 있게 해줘요.”

강동원은 어떤 질문에도 시원 시원하게 답을 했다. 수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말하는 배우를 오랜만에 마주한 기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태화 감독이 단지 강동원씨의 외모만 보고 이 역할에 캐스팅 한 것 같지는 않다’는 질문에, “제가 정신 연령이 다양한 편이라. 제 상대역인 열 세 살 (신)은수랑 만나면 친구 같고, 또 어르신들이랑 만나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진 않아요. 다 대화가 잘 통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정신연령이 다양한 편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강동원은 나이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 모두를 프로로 대했기에 가능한 것.

“나이가 어리든 많든 저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선배한테 지나치게 예의를 갖추면서 한마디 하는 걸 어려워 하는 것도 그렇고, 후배한테 ‘똑바로 해라!’고 엄포를 놓는 것도 그렇고. 우린 모두 일 현장에서 프로로 만난 거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맞게 사람들을 대하고 싶어요.”

이어 깜찍한 발언이 이어졌다. “제가 예의 없게 구는 것도 아니고, 선배님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아요. ‘야. 술먹으로 나와!’ 이렇게 전화를 거는 걸 보면요.(웃음)” 여기에 더해 “신은수씨는 트와이스 팬이지 제 팬이 아닙니다”고 단호하게 말을 하기도 해 취재진들의 웃음이 터졌다.

‘전우치전’으로 친분을 쌓은 유해진과의 카톡 놀이 일화를 들려줄 땐 장난꾸러기 중학생의 모습이 살아 움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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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년을 맞는 강동원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들도 많다고 했다. “

“모델 일까지 해서 이쪽으로 발을 내딛은 게 16년~17년 정도 됐어요. 아직은 제가 베테랑이란 생각은 안 들어요. 그렇다고 제 일을 적당히 해오지도 않았어요. 제가 해온 경험들이 조촐하게 쌓여있어요. 더 열심히 해 나가고 싶어요.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겠지만 해외 활동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강동원의 차기작은 이병헌, 김우빈 등과 호흡을 맞춘 ‘마스터’다. ‘할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한 이병헌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다시 한번 팩트만을 언급했다.

“‘마스터’를 같이 하긴 했는데, 거의 겹치는 장면이 없어요. 이병헌 선배님이랑 할리우드 이야기는 거의 안했어요. ‘매그니피센트’ 시사회에 오라고 해서 갔다 온 게 다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스터’ 현장은 어땠는지 묻자, “12월에 개봉하니, 다음 인터뷰 때 ‘마스터’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 지금 ‘마스터’ 이야기를 해버리면 그 때 할 이야기가 없다”며 당연하다는 듯 까만 눈망울을 빛낸다. 열심히 일하는 자의 여유와 뚝심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의 차기작이 매번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강동원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는 ‘가려진 시간’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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