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거야(巨野)의 손에 달린 한국경제 사령탑]"임종룡 반대" "신속 결정" 野입장 갈려…경제수장 공백 길어지나

경제 불확실성 커지는데 내년 경제정책 방향조차 못잡아

유일호 부총리와 '어색한 동거'에 리더십 발휘도 힘들어

일각선 "任 낙마땐 대안 없어"…예정대로 임명 기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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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내정 발표 6일 만에 김병준 카드를 백지화함에 따라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가 총리 후보를 추천할 경우 후보자는 부총리를 포함한 개각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회를 지배한 거야(巨野)의 손에 경제 사령탑을 결정할 권한을 준 셈인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임 후보자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반면 국민의당은 총리와 부총리의 인선을 분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 임 후보자가 경제수장에 오를지는 두 당 간의 조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임종룡 후보자도 ‘여리박빙(如履薄氷)’의 공범”이라며 “박근혜 정부 경제 파탄의 공범 중 한 사람으로 스스로 판단해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임 후보자가 전일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상황이 살얼음판을 밟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비판한 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당의 경제 사령탑에 대한 기본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장으로서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서별관회의에 참석하고 가계부채 증가 등 경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 후보자가 경제부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경제 사령탑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리 문제와 분리해 부총리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열자는 입장이다. 임 후보자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7일 “경제 문제는 하루도 늦출 수가 없다”며 “이번주 내라도 국회가 검증해 결정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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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관가에서는 여의도 동향에 주목하면서도 경제 사령탑 공백 상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교체가 예정된 유일호 부총리와 임 후보자가 어색한 동거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경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의 A 국장은 “미국 대선 및 금리 인상,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가 퍼펙트스톰처럼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며 “경제 사령탑이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지연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부총리 인사청문회 지연으로 기획재정부가 마련 중인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은 오리무중 상태다. 보통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12월 셋째주에 발표되는데 이맘때는 대부분의 골자가 정해지고 구체적인 부분을 다듬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발표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아직 어떤 부총리의 색깔로 방향을 잡을지 결정이 안 되고 있다. 더구나 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업무현안 보고까지 챙기는 이중, 삼중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기재부의 B 과장은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라며 “하루라도 빨리 부총리를 취임시켜야 실무선에서도 혼선을 줄이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가 안팎에서는 임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국회 합의로 총리 후보자가 결정되면 부총리 인사청문회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부처 C 국장은 “최악의 레임덕을 겪는 정권 말기라는 점에서 여야 정치인이 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결국 관료가 유력한데 인력 풀(pool)이 많지 않고 후속 개각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카드는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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